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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설에 어머니께서 싸주신 것들

이번 설에 부모님 뵈고 느낀 게, 부모님도 많이 늙으셨구나 하는 거다. 물론 설이 아닌 1월에도 부모님 뵈었었는데, 밖에서 뵐 때랑 집에서 뵐 때랑 또 느낌이 다르네. 특히 아버지는 음... 그렇게 오래 남지 않으셨다는 생각도 들고. 동생이 그런 얘기를 하던데 나는 못 느꼈었거든. 근데 와닿더라. 어머니도 많이 노쇠하신 거 같고 말이다. 

근데 예전과 달리 집에 갔는데, 할 게 없고, 심심하고, 오래 있고 싶지 않고 그런 느낌. 게다가 지금까지는 내가 집에서 뭘 해먹고 그러지 않는데, 집에서 뭐 해먹는다니까 이것 저것 싸주시네. 

이건 이마트 가서 사오셨다. 굳이 왜? 내가 파주시민으로 생활안정지원금 받은 파주 페이 드려서 그런가? 여튼 동생이랑 내 꺼 하나씩 싸두셨더라. 

밥 먹을 때는 김치 있어야 된다고 비비고 배추김치도 사두셨고. 집에서는 종갓집 먹던데. 항상 김치 해먹었는데, 이제는 어머니도 노쇠하셨는지 힘들어서 못하신다는. 그런데도 사서 먹는 거 비싸다고 시간 되면 김장 하시겠다는. 그냥 돈 드릴테니 사드시는 게 맘 편한데. 비비고 총각김치는 좋아하는데, 배추김치는 맛있을라나 모르겠다.

이건 양조간장. 내가 진간장만 들고 있다 보니 진강장보다 양조간장이 맛있다고 이걸 사두셨네. 참.

그리고 참기름. 이건 교회에서 산 거라고 한다. 내가 갖고 있던 참기름 최근에 유통기한 다 지나가서 버렸다고 했더니 주시네. 거의 쓰지도 않은 새 거던데.

게다가 선물 세트로 받은 참치캔 중에 몇 개 가져가라 해서 세 개만 챙기고

반찬통 가져가라 하시던데, 난 디자인이랑 통일성이 중요하다고 안 가져가겠다고 했는데 반찬통이 남아도는데 새 거 괜찮은 거 있다고 보여주시더라. 나쁘지 않네 해서 가져왔다. ㅎ

반찬통에는 먹던 팽현숙 최양락의 총각김치  담아뒀다. 3kg인데 벌써 다 먹은 듯.

그리고 밀폐 용기도. 알리에서 사려고 찍어둔 거 있는데 안 사도 되겠다. 

그리고 양파도 껍질 벗겨서 랩에 싸서 주시더라. 왜냐면 나도 이제 백종원 레시피보고 하나씩 해먹을 생각이라고 했더니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들 중에서 양파 있다고 이렇게 챙겨주신 것. 그 외에 흑설탕도 주시고. 나머지는 다 사야겠다. 지퍼백도 사야겠고. 다진 마늘에, 청양고추에, 대파에. ㅎ 근데 과연 내가 해먹을 수 있을까 싶다만. 해먹다가 귀찮다고 이내 안 해먹을 수도 있지만, 밑반찬 사서 먹는 게 좀 지겨워서 말이지. 두부조림이라도 해먹을까 해서 준비하고 있다.


이번에는 갔다 오면서 느낌이 그런 거 있지? 옛날에 명절에 촌에 가서 돌아올 때 음식 싸들고 오는 그런 느낌. 지금껏 단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그런 느낌이 들더라. 그래도 거동이 불편하지 않으실 때 같이 여행이라도 가고 그래야 겠다. 딸 없이 아들만 있다 보니 참... 길어봤자 이제 그리 오래 남지 않은 거 같은데. 이러니까 동생이 돈 모아서 해외 여행 보내드리자고 하는 거 아닐까 싶다. 그래. 보내드리는 게 아니라 다같이 가자. 올해 해외여행은 그럼 가족 여행으로 할까 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