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휴가를 가본 경험이 없다. 쉬고 싶으면 쉬고 했던 지라 꼭 남들이 쉴 때 같이 쉴 필요는 없었으니까. 그래도 이제는 좀 안정적인 생활을 하면서 휴가도 가려고 했건만, 시간이 나질 않아서 그냥 여친이랑 1박 2일 충남 홍성에 있는 풀빌라에 다녀왔다. 일부러 주말이 아니라 일요일-월요일로 한 이유는 그래야 그나마 가격이 떨어지니까. 숙소 가격은 금-토, 토-일, 휴일 전날, 휴일 이렇게 비싸다. 제일 싼 때는 당연히 평일이고, 그 다음에 싼 때는 일-월이다.
일단 가기 전에 교회에 들러서 같이 예배드리고 출발. 요즈음 다니는 교회는 광교에 있는 '더사랑의교회'다. 등록은 안 했다. 이미 난 일산에 등록한 교회가 있어서. 예배만 드리고 가는데, 이 날은 음... 목사님 설교가 좀 별로였다. 게다가 설교 시간도 많이 길었고.
가는 길
Road to 'Voluntary Isolation'
그래도 충남 홍성군이라 차를 끌고 갈 만했다. 오랜만에 보는 서해대교.
가는 길도 죄다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여행가는 기분이기도 했지만 촌에 가는 듯한 느낌이었는데, 홍성군에 도착해서 '자발적 고립' 찾아가는 길은 더 촌스럽다. 왕복 1차선이라 혹시라도 나오는 차 만나면 곤란한. 가는 길이 이렇더라도 숙소만 괜찮으면 사람들은 찾아오기 마련. 중요한 건 숙소 콘셉트가 어떻냐는 거 아니겠는가. 아. 가는 길에 음식은 사서 가야 된다. 가면 뭐 있겠지 했는데, 뭐 있을 분위기가 아닌 듯 해서 오는 길에 먹을 거 좀 사오길 잘한 듯 싶다.
입구
Entrance
네비의 안내를 따라 시골길을 들어오다 보니 언덕 끝에 자리하고 있더라. 언덕 올라가는데, 언덕 올라가는 첫번째 집에 있는 개가 갑자기 튀어나와 급브레이크를 밟았던. 여기 사람들이 자주 오지 않는 지역인지 나름 반갑다고 뛰어나온 거 같은데 식겁했다. '자발적 고립' 옆에도 고급스런 집 하나 있던데 아마 별장 같더라. 근데 여기 오기가 참 그래. 그래서 여기에 별장 만드는 게 의미가 있을까 싶더라는. 지어놓고 나중에 값이 오를 지역도 아니고 말이지. 입구의 패스워드는 도착 전에 문자로 전송해주더라.
입구가 괜찮아서 한 컷씩.
거실
Living Room
실내에 들어오면 기분 좋은 향이 난다. 곳곳에 방향제를 둬서 그런데, 요즈음은 호텔을 가도 향으로 호텔의 이미지나 느낌을 전달하듯, 여기 '자발적 고립'도 그런 듯. 들어오면 보이는 게 바로 거실이다. 흑과 백의 조합으로 모던한 느낌으로 잘 꾸며놨다. 벽난로는 실제 불이 아닌 연기에 LED를 쏘아서 불꽃을 연출한 거다. 이거 얼마 안 한다. 테무에서 사면. ㅎ 저렇게 매립형으로 나온 게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와이파이 있고, 갤럭시 탭 있더라. 음악 들을 때 유용.
블루투스 스피커도 있는데(벽에 붙은 세로로 길죽한 거), 뱅앤올룹슨 베오사운드 스테이지 제품. 갤럭시 탭에 블루투스로 연결되어 있어서 갤럭시 탭에서 유투브 음악 틀면 스피커에서 음악 나온다.
거실 한 켠에는 나무 상자가 두 개 있는데, 하나는 바깥에 캠프 파이어에 필요한 물품이 담겨 있고, 다른 하나에는 빔 프로젝터 있더라. 이 빔 프로젝터로 밤에 '파묘' 봤는데, 좀 또렷하다고는 해도 잘 안 보이는 부분도 있어 아쉬운 점이 있는 프로젝터였다.
테이블 위에는 안내서, 볼펜, 방향제 스프레이가 있는데, 방향제 스프레이는 선물이더라는. 갖고 왔는데 아직 사용은 안 해봤다. 향은 '자발적 고립' 실내에서 나는 향이라고 하더라.
침실
Bedroom
가장 안쪽에 자리잡은 공간이 침실이다. 기준 2인이지만 최대 4인 이용 가능한 곳이다 보니 침대는 두 개가 있어서 둘이서 이용하기에는 넉넉했다. 게다가 다도를 즐길 수 있는 공간과 블렌딩 티, 다도 세트까지 마련되어 있었다. 다도를 느긋하게 즐길 여유는 없었던 1박 2일인지라 아쉽게도 이용하지는 못했지만.
화장실
Restroom
침실 바로 옆에 있는 화장실. 안쪽에선 샤워를 할 수도 있다.
주방
Kitchen
거실 한켠에 있는 주방. 주방 생각하면 1박 2일이 아까울 정도다. 여기서 이것 저것 해먹기 참 좋던데.
인덕션에 전자렌지에 왠만한 건 다 있다고 보면 된다.
삼성 비스포크 직수형 냉/온/정수기도 있고, 커피머신도 있고.
게다가 핸드드립 커피도 준비되어 있다. 그래서 아침에 커피향 풍기라도 내려 마셨다는. 나는 원래 아메리카노는 안 마시는데, 이런 거는 마신다. 분위기로 마신다고 할까?
테이블 위에는 웰컴 드링크(?)가 있는데, 서해밤바다는 소주더라.
자쿠지
Jacuzzi
자쿠지. 앉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반신욕하기 좋다. 물 받는 데에 시간 꽤 오래 걸리니 미리 미리 받아두길. 게다가 나름은 러쉬에서 거품 목욕제 사서 갔는데, 거품 안 나와서 폭망. 물줄기가 질질 나와서 거품이 나질 않는다. 참고. 자쿠지 옆에는 솔트 준비되어 있음.
세면대
Washstand
이건 거실과 침실 사이의 세면대, 다이슨 헤어 드라이기가 비치되어 있다. 검은색 박스 안에는 칫솔, 치약과 같은 어매니티.
풀
Pool
이건 둘만이 즐길 수 있는 프라이빗 풀. 3m 정도 된단다. 늦여름에 가서 혹시나 물이 차갑지나 않을까 했는데, 따뜻하더라. 올해 첫 수영~ ㅎ 여기서 찍은 사진도 있긴 한데, 비공개.
여긴 밤에 캠프 파이어(?)를 즐길 수 있는 공간. 캠프 파이어하면 장작이 있어야 하고 그런 건 또 청소하기 번거로우니 이렇게 구성한 게 아닌가 싶다. 알코올 넣고 불 붙여주면 되는데 조금 뭔가 부족한 감이... 알코올이나 그런 건 다 준비되어 있다.
모래 정원
Sand Garden
여긴 침실 바깥 공간이자, 풀 옆에 있는 공간인데, 그냥 보기만 하고 들어가보진 않음.
기타
Etc
다이슨 쿨 공기청정기도 있었고, 소화기도 있었는데, 빨간 색을 검정색으로 칠해둬서 전체적인 공간 색상과 조화를 이루도록 해뒀다.
매번 호텔에서 힐링을 하던 여친이지만, 이런 데 오니 좋다고 한다. 나는 호텔보다는 이런 데를 선호하는데, 이유는 자연과 어우러지고 프라이빗하고, 공간마다 콘셉트가 있기 때문. 예전부터 눈여겨봐오던 데가 스테이그라운드인데, 여기 보면 이런 류의 공간들만 담겨져 있으니 가서 이용해보는 것도 좋을 듯. 간만에 힐링하고 오긴 했는데, 1박 2일이 너무 짧아서 아쉬움이 좀 남는다. 입실은 3시, 퇴실은 익일 11시까지다. 사진은 노을 진 서해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