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자동차에 시동이 안 걸려
남자: 그래? 배터리 나간 거 아냐? 라이트는 켜져?
여자: 어제까지 제대로 됐는데. 왜 갑자기 시동이 안 걸리지?
남자: 엔진 트러블이면 곤란한데, 일단 배터리 문제인가부터 확인해봐. 라이트는 들어와?
여자: 아이 참, 나 약속 있는데 차 없으면 안 되는데~
남자: 그거 큰일이네, 라이트 켜져?
여자: 아~ 분명히 어제는 괜찮았는데
남자: 그래~ 그런데 라이트 켜져?
여자: 왜?
남자: 아, 시동 안 걸리는 거 아냐? 배터리가 나가서 그러는 걸 수도 있으니깐.
여자: 무슨 말이야?
남자: 자동차 배터리 나갈 수도 있으니까 확인해보라고!!
여자: 지금 나한테 화내는 거야?
남자: 화 안 냈어. 어서 해봐.
여자: 화냈잖아. 내가 뭘 잘못했는데?
남자: 잘못한 거 없어. 괜찮으니깐 어서 해봐.
여자: 뭐가 괜찮은데?
남자: 배터리 말이야.
여자: 지금 차가 중요해?
남자와 여자가 싸울 수밖에 없는 이유란 인터넷 상에 떠도는 대화다. 나 이거 보면서 공감하는 부분도 분명 있지만 우선적으로 들었던 생각은 참 저 남자 속도 좋네라는 거다. 지금 대화를 보면 동문서답이다. 남자는 물어보는데 여자는 묻는 말에 대답은 안 하고 지 얘기만 하고 있다. 이게 대화라고 보이나? 개인적으로 이런 거 엄청 싫어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내 말을 무시한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말이다. 그렇게 속 좋게 대해서 결론이 좋으면 몰라 그것도 아니라면 저렇게 무시당하면서 만날 이유가 뭐가 있을까?
예전에 정말 어이없었던 일이 하나 있다. 가끔씩 친한 형이랑 얘기하면서 그 얘길 하곤 하는데, 내가 하품했다고 하루 종일 삐쳐있었던 거다. 아니. 피곤해서 하품을 할 수도 있지. 근데 하는 얘기가 어떻게 나랑 같이 있는데 하품을 할 수가 있냐는 게지. 그래 말은 양쪽을 다 들어봐야 한다. 하품 자주 했지. 근데 피곤해서 그럴 수도 있는 거를 그럼 참아야 하나? 방귀나 트럼도 아니고 말이지. 요는 이거였다. 나랑 같이 있는데 어떻게 하품이 나올 수가 있느냐는 거였거든. 생리현상이 누구랑 같이 있다고 해서 달라지고 그러나? 쩝.
근데 이 대화에서 정말 여자들이 자주 쓰는 말이 있다.
"지금 나한테 화내는 거야?"
"내가 뭘 잘못했는데?"
"뭐가 괜찮은데?"
"지금 O가 중요해?"
이걸 보면서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헤어졌고 다시 만나고 싶은 생각 없지만 정말 많이 들었던. 내가 어떻게 그런 거를 일일이 참고 지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인연이 아니면 오래 갈 수가 없다. 남자와 여자 사이에서는 정작 중요한 문제로 헤어지지는 않는다. 사소한 문제가 쌓이고 쌓여서 그렇게 되는 거지. 그래서 남자와 여자 사이에서는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잘 맞는 사람을 찾아 결혼해야 하는 거다. 처음에야 잘 보이려고 애쓰니까 그런 거고 굳이 애쓰지 않아도 나랑 큰 문제 없이 잘 맞는 사람. 그게 인생의 동반자가 되는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