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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부산고등검찰청을 사칭한 보이스 피싱을 겪어보다

오늘 담배 피고 사무실에 들어왔는데 동생이 전화를 하고 있는 거였다. 들을려고 들은 게 아닌데 들리는 소리가 뭐 부산에 내려가서 조사를 받아야 하는 둥 그런 소리가 있길래 뭐냐고 했더니 부산고등검찰청에서 자신의 명의로 계좌를 개설해서 수천만원이 거래된 내역이 있는데 대포 통장 만들어주는 대가로 돈을 받았는지 여부를 조사 받으러 내려오라는 거였다. 그래서 내가 그랬다. 그렇게 멀리 떨어진 경우에는 인근 검찰청의 협조를 얻어서 인근에서 조사받을 수 있을 꺼라고. 그런데 이런 저런 얘기를 계속하길래 내가 일단 핸드폰을 달라고 했다.

조금 대화하고 나서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어서 동생한테 핸드폰 건네주면서 그랬다. 얘 좀 이상하다. 그러니까 주민등록번호, 계좌번호 그런 거 절대 얘기하지 마라. 부산고등검찰청에 연락해볼께. 하고 바로 연락해봤다. 거기에 김현철수사관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말이다. 없단다. 하~! 보이스 피싱이었구나.


예전에 걸려왔던 보이스 피싱

예전에 나에게 걸려왔던 보이스 피싱이 있었다. 경찰을 사칭하면서. 보통 보이스 피싱하는 애들은 사이버 수사대라고 하지. 그래서 어딘지 소속 정확히 밝히라고 했었다. 뭐 경찰서 갈 일이 전혀 없이 산 사람들이야 모르겠지만 난 한 해에 한 번 정도는 가는 일이 생기더라고. ^^; 그래서 이번에는 또 무슨 일인가 싶어서 들어보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얘기하니까 날 이상하게 볼 사람들이 있어서 얘기하자면 난 어떤 경우에도 떳떳하다. 맞을 놈이 맞은 거고, 욕 들을 놈이 욕 들은 거라. 타협 안 한다. 여튼 그 때는 얘기를 듣고 있자니 우스웠던 거다. 왜? 조선족인데 종이에 적힌 글을 읽는 듯한 느낌이었다. 딱 티가 나더라고.

상대: ~(*&#$&^%
나: (듣고 있다가 웃으면서) 똑바로 읽어라
상대: 예?
나: 똑바로! 읽어라고 이 씹새야~ 글도 못 읽나?
상대: 개새끼가... (뚝)

그런데 이번에는 조선족 같은 느낌이 들기는 했고 또 주변이 너무 조용해서 좀 이상하다는 생각은 하긴 했지만 일단 대화를 진행하는 중에 확실하게 이거 보이스 피싱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었다. 단정하기 전에는 조심스럽게 살펴봐야하기에. 요즈음 보이스 피싱은 이런가보다. 참 어이가 없네. 근데 어떤 경우라 하더라도 주민등록번호, 계좌번호, 비밀번호 이런 것만 안 알려주면 피해가 없고, 또 그런 걸 물어본다 하면 보이스 피싱이라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속지는 않을 꺼다.


점점 난이도를 높여가는 보이스 피싱

나름 걔네들은 주민등록번호, 계좌번호, 비밀번호 같은 걸 알아내기 위해서 믿게끔 만드는 과정을 오래 하는 거다. 속지는 않겠지만 보이스 피싱이라는 걸 알아차릴 때까지 그들과 대화하면서 시간 낭비하게 된다. 쓸데없는 데에 시간을 허비하는 게 열받는다는 게지. 그래서 이번 보이스 피싱 건에 대해서 정리하고 공유한다.

① 부산고등검찰청 사칭 (예전에는 뭐 사이버 범죄 수사대를 많이 써먹더니)
② 김현철 수사관 (이름이야 바뀔 수 있겠고)
③ 전화번호 051-606-3940 (연락할 전화번호 달라고 했는데 이거더라는. 연락 안 됨)
④ 다소 조선족 말투 느껴짐 (확실하게 부산 말투는 아님. 내가 부산 사람인디)
⑤ 통화시 주변이 조용함 (검찰에서 전화 받아봐서 알지만 이렇게 조용하지 않음. 방에서 전화를 했다는 소리임.)
⑥ 신상정보를 기본적으로 알고 있는 것처럼 얘기한다 (이름 밖에 모르면서)

위와 같으면 그냥 끊어라. 욕하고 끊으면 더 좋고. 심심하면 얘네들과 농담 따먹기하면서 장난 쳐도 좋다. 보통 조사 받으러 나오라고 하면 집으로 출두 명령서인가 뭔가 종이가 날라온다. 시간 명시되어서 말이다. 그 시간에 못 가게 되면 연락해서 조정하면 되고. 쩝. 여튼 동생은 처음 겪어보는 거라서 그런지 어이없어 하더라고.


보이스 피싱을 하는 이들에게 한 마디 


* 내가 좋아하는 대사라서 캡쳐 떠놓은 거다. 영화 <바람>의 한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