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영화

서울의 봄: 볼수록 분노 게이지 상승 주의

나의 4,103번째 영화. 개인 평점은 9점.

12.12 쿠데타에 대해서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지금까지 그 어떤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이렇게 극적으로 잘 구성된 건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보다 보면 분노를 유발하기 마련. 가장 나쁜 사람이야 당시 보안사령관이었던 전두환이겠지만, 어떻게 해서든 콩고물 한 번 먹어보겠다고 붙어 있던 측근들과 쿠데타를 막을 수 있었던 몇몇 기회를 놓치게 만든, 자기 자리 지키기에 급급한 군 장성들을 보면 육두문자가 절로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자기 이익만 생각하는 자

 

영화를 보면서 지금 현실에서도 이런 일들은 많이 벌어진다는 생각 많이 들었다. 떠오르는 인물들이 몇몇 있다. 사업가인 척, 마인드 있는 척 하는 장사꾼들이 그렇다. 말로는 배려라고 하지만 행동은 전혀 그렇지 않은 언행불일치. 그런데 참 재밌는 건, 그런 이들이 또 잘 살아. 참 세상 뭐 같지. 영화 속에서는 전두환이 그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데, 혹자는 전두환을 두고 '그래도 전두환은 리더십 있고, 카리스마가 있잖아.'라고 할 지 모르겠다. 그 말의 의미를 이해 못하는 건 아니나, 이는 극중에서도 전두환이 한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것과 같은 개소리다.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

 

이거 전두환, 노태우가 내란죄로 고소당했을 때 검찰 측에서 한 얘기다. 이렇게 얘기한 근거는 이는 정치 행위로 사법부가 이에 대해 판단하는 건 삼권분립의 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이라고. 개소리다. 그럼 입법부나 행정부가 법을 준수하지 않고 자기 맘대로 해도 사법부는 그걸 두고 뭐라 할 수 없는가? 법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는 사법부가 개입할 여지가 없다 하더라도 법을 준수하지 않는다고 하면 그건 사법부가 개입되었을 때, 판단해야할 문제가 더 삼권분립의 원칙에 맞다고 본다. 이 발언을 한 검사는 장윤석 검사다. 한 번 검색해봐라.

 

콩고물을 얻으려는 자

 

극 중에는 전두환의 아이들에 해당한다. 전두환에 붙어서 한 자리 차지하려고 하는 이들. 뭐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기에 해당하지. 왜 그네들은 그럼 나서서 자기네들이 주도하지 않는가? 그럴 깜냥은 안 되니까 그런 거다. 물론 이들 중에는 자신의 입신양명을 위해(이거야 누구나 원하는 거겠지) 하나회에 가입했다가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니 어쩔 수 없었던 경우도 있었겠지만 원래 콩고물을 얻으려는 자들은 이런 상황에서는 다 그렇게 된다. 그건 극중 전두환의 대사에서도 잘 나타나고.

 

책임은 없고 권한만 챙기려는 이들

 

우리가 주목해야할 이들은 이들이다. 쿠데타를 막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만든 장본인들. 그네들이 장성이랍시고 자리 꿰차고 앉아서 책임은 안 지려고 하면서 권한은 가지려는 이들. 회사 같은 데서도 이런 이들 있잖아? 아주 꼴보기 싫은 존재들이다. 이들이 있어서 제대로 잡을 수 있는 일도 못 잡는 경우가 많아. 조직에서는 이런 이들은 제거해야 하는데, 그게 또 대표는 이걸 잘 몰라. 왜냐면 이들은 또 윗사람에게는 잘 하거든. 그러니 대표는 인지를 못하지. 조직을 좀먹는 존재들이다.

이들은 12.12 쿠데타 이후에 그래도 한 자리 꿰어찼다. 그렇게 결론이 나면 그네들은 상황에 맞춰서 원칙은 개나 주라고 하면서 자기 이익에 맞춰서 또 쿠데타 성공한 이들의 똥고에 바람 살살 불어넣겠지. 퉤.

 

바른 자

 

요즈음 세상에는 이런 이들이 드물다. 아니 본인이 돈 많이 벌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해서는 원하는 걸 얻기가 쉽지가 않은 세상이다. 물론 동의하지 않는 이들도 있겠지. 요즈음에야 수익을 낼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이 있지 않은가? 유투브로 수익 창출하는 것도 그렇고. 그런 세상에서만 있는 이들은 모르겠지만 세상 돌아가는 게 그렇진 않더라. 다만 내가 영화 보면서 안타까웠던 건, 바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상황이 그러해도 바른 절차대로 하려고 한다. 안 되겠다 싶으면 절차 무시하고 질러버릴 줄도 알아야 하는데... 그러다 보니 상대는 빨리 빨리 대응하는데, 그에 알맞은 응대를 못하는 거다. 


영화 보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아니 화가 치밀어서 욕이라도 하고 싶었다. 전두환이야 그렇다 쳐도 그 옆의 떨거지들 그리고 판단 잘못한 군 장성과 국방장관을 보면 울화통이 치밀었다. 나라가 어떻게 되든 나만 살면 된다는 그런 극단적 개인주의를 보면서 어떻게 사람이 저럴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혹자는 이럴 수도 있겠지. 너도 저런 상황에 처해보면 생각이 달라질 껄. 그래 안 그랬던 나도 살아보니 그렇긴 하더라. 옳은 일을 택한다고 능사는 아니더라. 그만큼 세상이 뭐 같아서 손해보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래서 그 말의 의미를 이해 못하는 건 아니나, 사람이라는 게 기질이 쉽게 바뀌지는 않는다. 과연 나도 그네들과 똑같아졌을까?

나는 이런 사례들이 나오면 안 된다고 본다. 악랄하고 비열해도 잘 되는 경우가 생기고, 정당하고 바른 길을 택하는 이들은 고난의 연속이라고 한다면 누가 정당하고 바른 길을 택할까? 다 옛날 얘기고 지금은 세상이 달라졌다고 해도, 내가 볼 때 여전히 그런 부분은 비일비재하게 존재한다. 그게 시대가 바뀌어도 인간은 변하지 않기 때문일까? 아무리 우리가 이런 영화를 본다 해도 영화 속 아니 역사 속의 그런 큰 일이 아니라 하더라도 작은 일에서라도 비슷한 맥락의 일이 벌어질 때 우리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나는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이 영화를 보고 분노 게이지가 상승했다고 하는 이들 중에 대부분은 말은 그렇게 해도(3인칭 관점에서 그런 얘기는 누구나 다 하지) 정작 본인이 그런 상황에 놓이게 되면(2인칭 관점이 되면) 그네들도 대부분 매한가지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렇게 나도 시각이 바뀐 거 같다. 그럼 넌 뭐가 그리 다를까 하겠지. 내가 살아온 인생의 과정이 그러하듯, 아무리 내가 생각이 바뀌어간다고 하더라도 아직까지도 여전히 반골 기질이 다분한 나라 나는 옳은 이의 편에 서서 전두환과 같이 악랄한 방법을 써서 이기려고 할 거 같다.

이 영화는 대한민국 사람이면 꼭 한 번 보길 권한다. 이거 보고 이렇게 해야 성공하는구나 하는 삐딱한 교훈을 얻지 말고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일이었는데 왜 이렇게 되었는지를 좀 잘 보길 바란다. 그래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악보다는 선을 택하리라 생각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