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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고양시에는 매년 열리는 대대적인 행사가 두 개 있다. 하나는 꽃박람회, 다른 하나는 고양호수예술축제. 개인적으로 꽃박람회는 그닥 추천하지 않는다. 사진 찍기 위해서 가는 이들이 많은 거 같고, 뭐 행사가 크다 보니 그래도 나들이 겸해서 가는 이들이 많은 거 같지만 그닥 볼 게 풍성하지는 않은 지라 그렇다. 나야 고양시에 사니까 1회 때부터 다니면서 변천사를 알고 있지. 행사라는 게 시작은 작게 해도 매해 규모가 점점 커지는 걸 지켜봤으니까. 그러나 고양호수예술축제는 시간 내서 가볼 만하다. 매해 열리기 때문에 고양호수예술축제 기간이면 항상 가곤 하는데 볼 거리가 풍성해.
물론 예술 공연이 많긴 하지만 대중적인 마술도 군데군데서 하고, 좀 이해하기 힘든 예술 공연 말고라도 보기만 해도 즐거운 그런 공연도 있으니 데이트 코스로나 나들이 코스로 하루 정도는 충분히 즐길 수 있다고 보니까. 게다가 축제가 이제는 많이 알려진 지라 규모도 커졌고, 사전 홍보도 잘 하는 편이다. 축제 열리기 전에 홈페이지나 SNS로 많이 알리고 말이지. 게다가 축제날 가보면 현장에서 나눠주는 안내 소책자도 잘 구성되어 있고. 여러 모로 맘에 드는 축제. 물론 축제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이를 위해 얼마나 많은 고생을 할까 하는 생각이 들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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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10월 초에(6일부터 9일까지) 했었는데, 아들이랑 같이 시간 내서 가봤다. 바로 올리지 못하고 사진 정리하다 발견하고 이제서야 뒤늦게 포스팅. 날짜를 잘못 알아서 전 주에 갔다가 아무 것도 안 하길래 날짜 확인해봤더니 다음 주더라는. ㅋ 여튼 그래서 가봤지. 전체적인 소감은 오히려 조금 규모가 작아졌다는 느낌? 비용이 많이 들다 보니 예산을 축소했나 싶은 생각도 들더라고. 아무래도 공연팀 섭외해서 체류하게 하는 데에 돈이 많이 들어갈 듯 싶은데, 섭외된 공연팀을 보니 그런 거 같다는 느낌이 들더라. 고양호수예술축제 메인이라고 할 수 있는 공연을 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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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극도 보고(이거 볼 때는 아들이 딴청을 많이 피운다. 그런데 딴청만 피워도 나는 구경하면 되니까 상관없는데, 가끔씩 웃기다며 깔깔 대고 웃는데, 아들이 웃는 모습 보면 디게 웃기거든. 나도 웃음이 나와 참지를 못해서 보다 돌아서는 경우 있다. ㅋ), 마술도 보고, 공연도 보고 했는데 그래도 사진 찍어둔 것만 몇 개 나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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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난시대
이건 한국팀 공연인데, 공연자 참 고생 많이 하더라는 게 느껴지더라. 이유는 아래에.
원래 저 욕조가 공중에 매달려 있는 게 아니라 바닥에 놓여 있다. 그러다 올라가는데 그 안에 공연자가 팬티만 입고 타고 있어. 나중에 내려와서 관중들 몇 명 불러다가 옷 벗겨서 자신이 입는데, 실제 관중이 아니라 관중 속에 섭외된 사람이었던 듯. 아니면 어떻게 남자가 입고 있던 바지를 벗겨서 자신이 입겠냐고.
욕조 아래의 푸른색 천이 두 가닥으로 되어 있는데, 거기서 춤을 춘다. 이런 거야 많이 본 장면이잖아? 뭐 운동 중에도 이와 비스무리한 게 있고 말이지. 여튼 그렇게 춤추다가 나중에 욕조 밑에 난 문으로 올라가는데...
욕조 위쪽에서 거품이 나온다. 무슨 거품인지는 모르겠는데 엄청 나온다.
거품 보고 얼라들은 좋다고 뛰어나가고.
하늘을 보니 해가 떨어지는 시각인지라 생각보다 쌀쌀했던 날씨였거든. 공연자 춥겠다는 생각이 들었지. 그냥 벗은 몸이라면 모르겠는데 거품 나오면서 물이 떨어지니 젖었잖아. 거기다가 쌀쌀한 바람도 불어대고 말이지. 옷 다 입고 보는 나도 춥던데 말이지. 나중에 바닥에 내려와서 공연하는데 보니까 덜덜 떨더라. 아랫니 윗니 딱딱 부딪히면서까지 떨더라. 그래도 공연 중이라 몸은 말을 듣지 않아도 할 건 다 하는. 고생 많이 한 듯.
#4
움직이는 드럼
이건 해외 공식 초청작인데, 공연 시간표 상 이게 가장 메인이지 않을까 싶어서 봤는데 공연이 나빴다거나 즐겁지 않았다는 건 아냐. 그러나 매해 다녀본 내가 보기에는 이전에 했던 공연의 스케일과는 비교가 안 되더라는 게지. 이전에 본 공연 중에는 '내가 이런 걸 공짜로 볼 수 있다니!'란 생각이 들 정도로 스케일도 크고 볼 거리도 풍성했었거든. 다만 한 가지 단점이 있다면 너무 사람들이 많이 몰리기 때문에 줄을 오래 서야 한다는 점, 앞쪽에 서야 좋은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는 점이 있겠지만 말이다. 여튼 그런 걸 생각해보면 좀 규모가 작아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길거리 공연인지라 웨스턴돔에서부터 육교 타고 걸어오면서 공연하는데, 이런 식의 공연도 나는 고양호수예술축제 1회에서 처음 맛봤다.
그리고 이런 공연의 특징이 보면 자체 제작한 악기나 옷을 입고서 한다는 거. 그만큼 공연 하나에 공을 많이 들였다는 얘기기에 보는 이들도 즐거울 수 밖에 없다.
이 팀은 코만도 페르퀴란 거리예술단체인데, 폐막작인 '불의 콘서트'도 이 단체에서 공연했다. '불의 콘서트'는 못 봤는데, 그건 스케일이 컸을라나?
#5
소다드, 그리움
이건 서커스다. 근데 그닥 볼만하지는 않았던. 근데 사람들은 엄청 많이 모여 있더라. 아마도 공연자가 금발의 외국 여자여서 그런 게 아닐까 싶었던. 공연자 중에 남자 한 명도 있긴 있었지만 주로 여자 둘이 많이 하더라. 사람이 많이 있어서 멀리서 아이폰으로 확대해서 찍다 보니 사진 별로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잠깐 보긴 했지만 오후 늦게 연습하는 걸 본 터라 그냥 패스.
#6
맨 오브 스틸
그리고 젊은 친구들 십수명이 하는 무용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봤다. 해가 져서 추웠지만 주변 사람들이 바람막이 역할을 해주니 춥진 않더라고. 사실 무용 공연을 보면 저게 뭘 말하는 건지 나는 잘 이해가 안 간다. 뭔가를 표현한다고 한 거 같은데 잘 모르겠어. 창의적인 표현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그런 거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아무리 창의적이라 하더라도 공감이 되어야 하고 이해가 되어야 한다고 봐. 그런 의미에서 예술의 창의성이라는 거에 대해서는 나는 좀 이해를 못 하는 면이 많지. 그래도 이해하려고 노력은 하지만 말이야.
여튼 이 공연 보고 있는데 옆에 있던 가시내 둘이 속닥속닥한다. '쟤 잘 생겼다.' '너무 잘 생겼다.' ㅋㅋ 근데 속닥속닥하는 그 소리 당사자 들었을 거야. 충분히 들릴 만했거든. 공연하면서 뿌듯했겠네. 쌀쌀한 날씨에도 무려 50분 동안 뛰어다니면서 공연한다고 더웠는지 땀까지 흘리던데. 내가 볼 때 너 100퍼 오늘 감기 걸리겠다 싶더라.
#7
나는 고양시가 좋다. 물론 내가 살아서 좋다라고 생각할 지 모르겠지만 살기 좋은 도시다. 강남이 멀다는 게 흠이긴 하지만 인천이든, 공항이든, 강남이든, 용인이든 광역 버스가 있어서 왔다 갔다 하는 데에 불편함이 없고, 깨끗하고. 구획 정리도 잘 되어 있고. 물론 일산서구와 일산동구는 그렇다. 고양시하면 덕양구까지 포함하게 되니. 게다가 넓은 호수공원과 곳곳에 있는 근린 공원, 도서관 시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학부모들이 극성스럽지 않아서 가장 맘에 든다.
근데 고양시에 살면 고양시 밖으로 잘 안 나가려고 한다는 거. 어지간하면 고양시 내에서 다 해결하려고 한다는 거. 그러면 클럽이라도 하나 있어야 하는데 클럽같은 건 하나도 없다는 거. 고양시에 사는 젊은 애들은 뭐하고 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