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을 안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빵을 무척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가끔씩 빵 먹고 싶을 때가 있긴 하지만 내가 워낙 초딩 입맛인지라 빵을 사 먹어도 초콜릿이 들어간 빵을 주로 고른다. 결국 맛에 있어서는 나는 사실 할 말이 별로 없는 사람이다. 그러나 유명한 집이라고 하면 뭐 때문에 유명한지 궁금하니까 한 번 먹어보곤 하지. 이번에는 빵집이다. 제과점. 여기 엄청 유명하다고 하는데 검색해보니 서울 3대 빵집 중에 하나고(그럼 나머지 두 개는 뭐지? 그리고 3대 빵집이라고 하는 기준이 뭐지?) 여기 대표가 제과명장이란다. 홈페이지 보니까 2002년도에 제과명장으로 선정되었다는.
마케팅을 하는 사람이다 보니 제과명장 이것도 혹시나 돈 주면 따낼 수 있는 타이틀 아니냐 싶어서 찾아보니(그런 거 많거든? 의료 분야에는 정말 많이 봤다.) 제과명장은 2000년도부터 노동부에서 서류 심사와 면접을 거쳐서 선정한다고 하니 믿을 만하다 하겠다. 보통 돈 주고 타이틀 따는 건 일단 국가 기관이 아니라 대부분 언론사거든. 물론 믿을 만하다 하더라도 어떤 제과명장이 커넥션에 의해서 타이틀을 거머쥔다거나, 장인정신으로 빵을 만드는 게 아니라 제과명장이 된 이후에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이 생기게 되면 얘기가 틀려지지.
다양한 사람이 사는 세상이다 보니 그런 일이 안 벌어진다고 할 수도 없다. 쇼트트랙에서 안현수와 같이 내 업으로 삼고, 노력을 하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병역 면제 받으려고 쇼트트랙 선수했다가 계주인가 우승하고 나서 병역 면제 받고 선수 생활 포기하는 사람도 있지 않은가?(이거 어디서 봤더라?) 그러나 적어도 여기 리치몬드 제과점은 그렇지는 않은 거 같다. 내가 가본 곳은 마포구 성산본점이다. 보니까 연희점도 있는데 직영으로 운영한다는. 나름 빵을 만드는 데에 대한 장인정신을 엿볼 수 있는 면이다. 돈 벌려고 했으면 리치몬드 이름을 내세워서 가맹점을 늘리는 식이었겠지.
리치몬드 제과점은 1층에 있고, 2층인가는 리치몬드 제과 기술학원이 있다. 미래의 파티시에를 양성하는 곳인 듯. 이 쪽으로 지나간 적이 꽤 있는데, 빵에 그리 큰 관심이 있는 게 아닌지라 보고도 이게 뭔지 알 수가 없었던 듯. 건물만 보면 마치 이탈리안 레스토랑? 뭐 그런 삘이거든. 리치몬드라고 하니까 시계 그룹 리치몬드사가 떠오른다. 왠지 모를 고급스러움? 응?
안에 들어가니 오~ 크다. 오~ 고급스럽다. 제과점 느낌이 아니라 레스토랑 온 느낌이다. 빵집하면 떠오르는 그런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신선했다는.
빵 종류도 참 다양하더라고. 케익도 그렇고. 지인 왈, 여기는 빵보다는 케익이 더 유명하다고? 맞는 말임? 여튼 뭐 그렇다더라.
생전 처음 보는 빵들 중에서 내 시선을 사로 잡았던 빵이다. 난 처음에 보고 문어다리인 줄 알았다. 거 왜 영화관 앞에서 두껍고 긴 문어 다리인가 그거 파는 거 있잖아~ 그러고 보니 영화관도 죄다 멀티플렉스로 바뀌면서 그런 모습도 이제는 추억의 사진 속에서나 볼 수 있는 날도 머지 않았을 듯.
또 한가지 재밌었던 건, 마치 마트에 온 것처럼 시식 가능한 빵도 있더라고. 배고팠다면 시식해봤을 터인데, 밥 먹고 난 다음에 지나가다가 들린 거라. 신기했음. 이런 제과점 많은 지는 모르겠지만 제과점하면 고작 뚜레쥬르, 파리 바게트 뭐 그런 프랜차이즈 제과점만 가다 보니 신선했다.
그리고 카페와 같이 커피도 판다. 근데 항상 내가 카페에 가면 시키는 메뉴인 카라멜 마끼아또가 없네. 글 적다가 갑자기 떠오르네. 압구정역 근처에도 유명한 빵집 하나 있는데. 거기 빵 맛있다고 빵 사러 갈 때 따라간 적이 있었는데, 거기도 분위기가 이와 비슷했다. 그래도 거기보다는 여기가 더 고급스러운 듯. 여튼 카라멜 마끼아또가 없어서 까페모카시켰다.
샹들리에. 멋지지 않나? 이런 것들 하나 하나가 전체적으로 고급스럽다는 느낌을 잘 전달해주는 듯.
캬~ 커피잔 봐라. 정말 이쁘다. 지인 왈, 한국도자기란다. 열심히 스마트폰으로 검색해보더니 이거 가격이 얼마라더라? 여튼 비싸더라고. 비싼 만큼 이쁘긴 하네. 아니지. 이쁜 게 아니라 고급스럽다. 나도 검색해봤더니 한국도자기 카리스블루 커피세트 2인조 4P 최저가가 65,410원이다. 헐~ 비싸네. 이거 30,000원이 넘는 거네. 커피는 5,000원 짜린데 커피를 담는 용기는 30,000원이 넘는다는. 잔 정말 고급스럽다. 아 그러고 보니 빵 맛을 얘기 안 했네. 글쎄 나는 뚜레쥬르나 파리 바게뜨 빵도 맛있거든. 뚜레쥬르나 파리 바게뜨 빵보다 더 맛있다 뭐 그런 건 잘 모르겠더라고. 미각은 내가 디테일하지 못해~ 한 가지 확실한 거는 빵 종류 많다. 생전 처음 보는 그런 빵도 더러 보였고 말이다. 이 정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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