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예술의 예자도 모르는 사람이다. 그만큼 감성보다는 이성에 기반한 사고에만 치중한 사람인지라 이런 공연이 나에게는 그다지 감흥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한다. 현재 서예(書藝)에 대해서 공부를 하고 있지만 이건 사실 내가 공부를 한다기 보다는 취미 생활의 일부로서 하는 정도 수준이다.
사실 그런 면들 때문에 책만 하더라도 문학책을 읽으려고 노력하고 행사를 보면서 예술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기는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서예라는 것을 접함에 있어서도 藝보다는 書에 치중하는 것이 사실이며 그것 또한 콘텐츠라는 맥락에서 보고 있을 정도니 난 예술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그래서 내가 보는 예술이라는 것은 대중성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그만큼 내가 이해를 못한다는 뜻이다. ^^ 그런데 이 공연은 조금 남달랐다. 이동형거리극이라는 장르로 소개된 이 공연은 관객들과의 공간적 거리의 간극이 좁아서(거리극이므로) 그런지 꽤나 볼 만했었다.
이동형 거리극
음악 소리가 들리고, 사람들이 모여 있고... 사진과 같이 붉은 불빛이 보이는 곳을 향했더니 뭔가를 하고 있었다. 파란색으로 얼굴을 분장칠한 수십명의 사람들이 드럼통을 들기도 하고, 굴리기도 하고, 던지기도 하면서 이동을 했다. 화약을 터뜨리기도 하고, 불을 피워대기도 하면서 말이다. 그 수십명의 공연자들 뒤에는 트럭에 올라탄 사람들이 음악을 연주하고 있었다.
이동형 거리극은 처음 보는지라 신기하기도 했다. 이동을 하기 때문에 한 곳에서 보는 것이 아니라 공연자들을 따라다니면서 보는 재미가 쏠쏠하기도 했다. 사람들이 워낙 많아서 위치 선점이 중요하긴 했지만 이동형 거리극이다 보니 계속 좋은 자리를 맡기는 힘들다는 점이 내게는 다행이었다. 내가 보기에는 공연자들 맨 앞에 있는 것이 계속해서 공연을 잘 볼 수 있는 명당 자리인 듯.
위의 동영상은 내가 디카로 잠깐 잠깐 찍은 것인데 영 보기가 그렇다. 그 날 본 공연의 참맛을 영상에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 아쉬움이 많았는데 잘 편집된 공연 동영상이 있어 이것을 참고하기 바란다. 아무리 그런다 해도 실제 공연을 볼 때의 그 감흥을 느끼지는 못하겠지만 말이다.
위의 잘 편집된 동영상에도 잠깐 나오지만 70분 동안의 공연 중에서 잠깐 쉬는 듯 보이는 부분이 있는데 공연자들이 뭔가를 먹고 마시는 부분이다. 이것도 공연의 일부인 듯 한데 그 때 뭘 그리 맛있게 먹나 싶어서 봤는데 배추다. 맛이 없었는지 아니면 관객과 소통을 하기 위해서 그런지 일부 떼어서 관객들한테 건네기도 하던데... 이것도 뭔 의미가 있는 건가? 도무지 예술을 도통 이해할 수가 없다.
외국 vs 한국
위에 잘 편집된 동영상은 우리 나라에서 한 공연은 아니다. 우리 나라 공연과 연출은 똑같은데 사뭇 다른 것이 하나 있다. 바로 관객들이다. 외국은 그냥 자기 자리에서 서서 보는 것 같은데 우리 나라에서는 쫓아다니고 사진 찍고 동영상 촬영하고(나 말고도 참 많았다) 난리 법석이다. ^^ 진중권 교수가 쓴 <호모 코레아니쿠스>의 문구가 생각나서 찾아봤다.
『얼마 전만 해도 해외 여행지에서 만난 한국의 관광객들은 어딘지 남다른 데가 있었다. 어렵게 찾아와서는 사진만 찍고는 서둘러 다른 데로 가버리는 것이다. 내가 '지금 여기에' 있다(being)는 체험은 그들에게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사진으로 남기는 '언젠가 거기에 있었다(having been)'는 사실의 증거. 그 사진들은 앨범이나 CD, 혹은 하드디스크에 담겨 아우라와 반대되는 체험, 즉 '아무리 멀리 있어도 어떤 가까운 것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체험을 매개할 것이다.』
이렇게 얘기하고 있는 나 조차도 그런 부류에 속한다. 그 놈의 블로그 때문에... 블로그를 하면 이런 습성이 몸에 배는 것 같다. 블로그에 올려야지 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찍고 촬영하는 것은 결코 그 공연 자체를 즐기는 데에는 도움이 되지 못하는 듯 하다. 어차피 나보다 잘 찍는 누군가가 찍고 인터넷에 올릴 것을 말이다.(누군가가 나에게 해줬던 말이다. 맞는 말이다.)
제네릭 바뾔의 '야영': Generik Vapeur 'Bivouac'
이 작품은 '야영(Bivouac)'은 제네릭 바뾔의 1989년도 작품이라고 한다. 이 작품에 쓰인 드럼통 수는 자그마치 100여개. 분명 내가 봤을 때는 20~30명 남짓 했는데... 공연 마지막에 피라미드 형식으로 쌓아둔 드럼통까지 합쳐서 그런가? ^^
이 공연의 주제는 후기산업사회의 신랄한 비판이란다. 음 전혀 못 느꼈는데... 적어도 이 공연은 대중의 관심(Attention)을 끄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 이상이 될 수가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기획 의도는 그런데 그것을 느낄 만한 사람이 얼마나 있었을지. 이것이 진정 예술에서 말하는 관객과의 소통(Communication)이라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어쨌든 이 공연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듯 하다. 우리 나라 지자체들의 축제에 단골로 나오는 듯. 사실 요즈음 들어서 이러한 문화 생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다 보니 보이는 것이긴 하지만 축제 너무 많다. 서울시만 해도 지금 곳곳이 다 축제다. 정치나 경제에 관심을 뺐으려는 듯한 느낌 마저 든다.
그래도 이 공연 만큼은 강추다. 나같이 예술의 예(藝)자도 모르는 사람이 봤을 때도 신기하면서도 재미있었던 만큼 이 공연은 뭔가 관객들을 끄는 요소가 분명 있었다. 혹시라도 주변에서 행해지는 축제에 이 공연이 있다면 꼭 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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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극단이라고 하는데 실제 볼 때는 한국 사람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아래 주소를 보니 공연 참가자 모집을 통해서 선발된 사람인 듯 하다.
http://blog.naver.com/kgcfestival?Redirect=Log&logNo=1100341816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