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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의사결정들로 인해 심신이 피곤했던 한 주

한 때는 내 명함에 이렇게 적은 경우가 있었다. Decision Making Specialist. 의사 결정 전문가. 나름 하고 있는 일에도 부합한다. 나름은 빠르게 판단한다. 적어도 내가 인생은 허투루 살지는 않고 치열하게 살아왔기에 그간의 경험과 지식이 그래도 쌓인지라 다양한 경우의 수를 단시간 내에 고려하게 되다 보니 그렇다. 이렇게 하면 이런 문제, 저렇게 하면 저런 문제, 그럼 지금은 어떤 판단이 가장 합리적일까를 시나리오 플래닝하면서 최적을 찾아내려고 한다. 그리고 나는 그런 일을 즐긴다. 잘 하고. 자신 있어 하기도 하고.

그러나 최근에 좀 힘들었던 건, 아무리 내가 경험과 지식이 있다 하더라도 예외가 생기는 경우들이 있기 때문이다. 경영을 하는 입장에 있기 때문에, 내 결정이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하고, 그래서 그런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과 동의를 구하는 과정을 취하고 있는 거지만, 때로는 그렇게 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즉 다수결이라고 하는 과정을 거치면 배가 산으로 가는 경우가 있다. 단순한 예를 들자면, 근로 시간을 단축할까? 늘릴까? 답은 매한가지다. 단축하자. 이건 그네들의 입장이고 그네들의 이익이다. 그렇게 한다고 해서 조직이 발전되지는 않는다. 그런 경우다.

그래서 설득을 통한 동의를 구하지 못하고 진행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중간 관리자들을 키워낼 때도 항상 가르치긴 하지만, 모든 경우에 다 적용할 수는 없으니. 그래서 그런 판단도 중요한 법이다. 그래서 경험치라는 게 필요한 거고. 그런데 심신이 피곤했던 이유는 사람 문제 때문이다. 사람 관리가 제일 힘들다고 하지만 나는 그닥 힘들다는 생각해본 적 없다. 사람의 본성 그리고 각 개개인의 성향 이런 걸 관찰을 통해 빨리 파악하다 보니 어떻게 대처해야겠다는 게 있지. 그런데 예외가 생기는 경우는 상식 밖의 일이 벌어지는 경우가 그렇다. 

나는 상식을 좋아한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내가 저거에 욕심이 있다면, 다른 사람도 저거에 욕심이 있을 수 있지. 그러니 합리적인 방안으로 나누든지 한 사람이 취하든지 해야 하는데, 내 욕심에만 집중하는 건 아니지 않은가? 내가 요즈음 정치판 보면서 많이 언급하는 내로남불 이런 거 정말 싫어한다. 그런 비상식적인 말과 행동을 하는 경우에는 나도 감정 콘트롤이 잘 안 된다. 나는 내 스스로를 판단하기를 시시비비는 잘 가린다. 다만 과할 뿐이다. 아닌 거에 대해서 과하게 반응하는 편이다. 그래도 위치가 위치인지라 참기는 하는데, 그거 때문에 힘들었다.

결정할 건 너무나 많고, 많은 이들이 내 결정에 의존하고 있고. 그러다 보니 지쳐가더라. 나름 클라이밍 새로 시작하면서 재미를 찾고 있지만 일로서는 많이 지쳐가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이번 주말이 참 다르게 느껴진다. 쉬고 싶다. 정말. 푹. 그런 생각에. 어차피 클라이밍도 근육 파열로 인해 다음 강습 전까지는 쉬어야겠다는 생각도 했고. 이런 저런 생각도 좀 하면서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은. 이런 때에는 그냥 커피나 한 잔 하면서 지적 담화를 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었으면 싶다. 아주 오래 전, 까마득한 오래 전에는 그런 대화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주변에 있었는데. 방배동 커피숍에 커피 한 잔 시키고 앉아서 밤새도록 얘기하면서도 즐거웠던. 그렇게 밤을 새고 출근을 했던. 

오너가 아니라 경영을 위임받아 하고 있지만, 경영자는 외롭다고 했던가. 그냥 외롭다. 내 성향이 그래서 그냥 뚫고 지나간다고 생각해서 이해 못하면 설득시키고, 불만이 있으면 공개적으로 토론하자고 하고 하면서 왜 우리가 이래야만 하는가를 두고 방향을 제시하고 달려왔지만 이제 터닝 포인트가 될 수도 있는 시기다 보니 결정 하나 하나가 중요하고 또 변화를 위한 결정도 있지만 소소한 결정(아무 것도 아닌데 내게 결정을 바라는)들까지 좀 지치더라. 누가 내 맘을 알리요. 이해할 순 있어도 가슴 깊이 이해하지는 못하겠지. 그래서 외롭다. 그냥 술 한 잔 기울이면서 지적인 담론을 나눌 수 있는 친구라도 있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