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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독서

쇼펜하우어 인생수업

한동안 독서와는 담을 쌓고 지내던 시절이 오래되었는데, 지금의 여친 만나 서점 데이트하면서 그래도 책을 읽게 되더라. 간만에 들린 교보문고(광화문 말고 분당인 듯. 기억이 잘 안 난다.)에서 빨리 읽을 수 있는 책을 고르다가 선택한 '쇼펜하우어 인생수업'. 사실 쇼펜하우어 책을 한 번 보고 싶긴 했었는데, 그렇다고 이 책을 보고 싶지는 않았다. 왜냐면 이 책은 쇼펜하우어가 직접 적었다기 보다는 직접 적은 글들을 엮으면서 엮은 이의 해석이 어느 정도 가미되어 있어서다. 쇼펜하우어의 사상을 한 번 맛보고는 싶었고, 짧은 시간에 다 읽을 수 있는 책이었으면 좋겠어서 픽하고 한달음에 다 읽었다.


인간에게는 지식이 필요하지만, 지식과 더불어 '지성' 역시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지식이 인식이라면 지성은 의지다. 인식은 객관화를 추구하고 의지는 주관화를 추구하므로 지식은 수동적이고 지성은 능동적이다.

이런 말은 처음 들었는데, 선뜻 이해가 안 간다. 지식이 수동적이라. 지성을 강조하기 위해서 지식(知識)을 수동적이라고 표현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정보는 수동적이라고 해도(지나가다가 보이는 것들 즉 look이 아니라 see, listen이 아니라 hear) 지식은 본인이 의지를 갖고 습득해야 되는 거고, 이해를 위해서는 해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수동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싶다. 원래 철학자들이 말 갖고 장난 치면서 논리 싸움하는 걸 좋아하다 보니 이런 거 같다는 느낌도 드는데, 지성(知性)이라는 걸 강조하려고 하다 보니 지식과 대비시켜서 얘기해서 이런 거 같다. 지성이라는 거에 대해서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지식을 얻어내기 위한 정신이라고 이해하면 될 듯 싶다.

인생은 불행해지기는 쉬워도 행복해지기는 어렵다. 행복을 포기하는 것은 위선도 아니고 절망도 아니다. 오히려 가장 현명한 선택이다. 인생의 지혜란 어떤 일을 겪고 어떤 사람을 만나고 어떤 상태에 놓이더라도 실망하지 않고 기대하지 않고 놀라지도 않는 중용의 미덕이다.

말은 하기 나름이긴 한데, 다들 좋은 말만 하다 보니 쇼펜하우어는 이렇게 표현한 게 아닌가 싶다. 어떤 상황이든지 간에 다 마음 먹기 나름이고 내가 만족하면 그만 아니겠는가. 그게 나는 행복이라고 본다. 이렇게 될 거라는 기대, 뭘 갖고 싶다는 욕망 그런 거 보다는 그런 기대와 욕망에 연연해하지 않고 그걸 위해 꾸준히 정진하는 과정에 의미를 두고 만족한다면, 기대만큼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욕망을 달성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즐길 수 있고, 그 과정 속에서 그런 건 의미가 없어질 뿐이다고 본다.

한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 보겠다. 그 사람은 사회적 성공과 재물을 추구하는 것이 행복의 절대적 가치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그는 끊임없는 욕망의 순환 속에 놓여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더 많은 사회적 성공과 재물을 얻었을 때 충족되는 욕망은 일시적인 만족을 가져올 수 있지만 결국 새로운 욕망을 낳는다. 진정한 만족이나 평화를 찾지 못한 채 욕망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다. 자기 인식 과정은 이러한 굴레를 끊어준다. 한 개인이 자신의 근본적인 욕망을 이해하고 그것이 가져오는 불만족을 인식할 때 비로소 내면의 성장과 변화를 이루어낼 수 있다.

근데 이렇게 얘기하는 사람들 치고 경제적인 면으로만 봤을 때 성공한 사람 드물다. 경제적으로 성공한 사람이 위와 같은 경향을 가진다는 건 뭐 겪어봐서 잘 아는 바다. 보통 내가 이렇게 해서 돈 벌었는데 너 뭐야? 식으로 매우 주관적인 가치 판단을 갖고 있고, 그 주변에는 그냥 콩고물이나 받아 먹으려고 하는 날파리들만 많더라. 그래서 돈을 벌어도 가치있게 즉 과정에 즐거움을 찾고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따라오는 결과로서 볼 필요가 있고, 그게 내 생각보다 크다고 하면 그건 내 능력이 아니라 운이다. 내 능력이라고 생각하면 그만큼 반대급부는 커지기 마련. 그래서 나는 적당히 갖고 있는 게 좋다고 본다. 물론 사람마다 기준은 다르겠지만.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하면, 인간의 자산은 세 등급으로 나눌 수 있다. 가장 높은 등급을 차지하는 자산은 아름다움과 도덕성, 건강과 같은 인격 그 자체다. 다음으로는 인간이 지니고 있는 재산과 소유물, 마지막으로는 명예와 명성처럼 남에게 주는 인상이다.

해석하기 나름이긴 한데, 그래도 들으려는 자세로 해석하자면, 가장 우위에 있는 건 나 자신이란 뜻이고, 그 다음은 내가 갖고 있는 것 그 다음은 남들이 보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현시대는 두번째 즉 그 사람이 갖고 있는 것을 주로 보는 경향이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