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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결혼식 @ 빌라드지디 청담

유어오운핏으로 맺어진 인연들이지만, 그렇게 맺어진 인연이라고 해서 결혼식 참석하는 거 아니다. 나는 결혼식 잘 안 간다. 그냥 축의금만 보내주지. 그러나 최근에 많이 친해진 동생들이라서 참석한 거다. 신랑 아버님, 신랑 동생, 신랑 2부 정장(본식 때 입는 정장은 다른 데서 했는데, 가격이 좀 비싼 거 같다는 생각에 나에게 2부 때 입을 옷을 제작하러 왔었기에 본식 예복은 내가 제작한 거 아니다.), 신랑의 가장 친한 친구의 정장까지 유어오운핏에서 제작했다. 신랑의 가장 친한 친구는 AICPA로 나랑 지금 다른 비즈니스로 협업하고 있고.

 

빌라드지디 청담
Villa de GD Cheongdam

예식과 같은 행사만을 위해서 만든 건물인데 괜찮더라. 고급스럽기도 하고. 다만 홀이 그렇게 크다고는 할 수 없어. 수용 인원이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는데 사람들이 많이 와서 그런지 느낌상 그렇게 크지는 않았던 듯 하지만 그래도 좋긴 하더라. 신랑이 잘 나가는 회사 대표인데, 3년차인데 벌써 200억 정도 한다. 급성장하고 있는 중. 여튼 여기 예식하는 장소로 괜찮은 듯 하다. 특히 좋았던 건 음식. 보통 호텔에서 결혼을 해도 음식이 좋았다고 내가 얘기한 적 없었던 거 같은데, 여기는 괜찮았어. 만족스러웠다고.

 

결혼식
Wedding Ceremony

식사는 예식 다 끝나고 나서 주는 식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예식을 다보게 됐다. 예식 다 보는 건, 부산 친구 녀석 결혼할 때 내가 사회를 봐서 어쩔 수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예식을 지켜봐야 했었는데, 그 이후로 처음인 거 같다. 아. 주변에 결혼하는 사람이 없지? 나이가 나이인지라. ㅠ 나이를 먹으니 결혼식이 아니라 장례식을 주로 가게 되더라는. ㅠ 축가는 2AM의 이창민이 자신이 작사, 작곡한 노래를 부르던데, 나는 그 노래 모르겠더라. ㅎ 그리고 그래도 내가 몇 컷 사진 찍어서 보내줬는데, 사진 잘 나오네. 아이폰 15 프로 사진 잘 나와. 대만족. 아이폰 3GS 이후로 가장 만족스럽다.

 

OOTD
Outfit of the Day

1. 유니클로 캐시미어 100% 블랙 터틀넥 스웨터
나 유니클로 좋아한다. 옷을 만드는 업자 입장에서 이 정도 원단 퀄리티와 이 정도의 메이킹 퀄리티에 이 정도 가격은 유니클로 밖에 못한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기본에 충실하고 대량 생산하다 보니 단가를 낮출 수 있는 건데, 똑같은 퀄리티로 만들어도 가격을 그렇게 낮추기가 힘들다. 단, 여기 캐시미어 100% 그렇게 좋은 캐시미어는 아니다. 왜? 입어봐바. 늘어나. 물론 빨면 줄어들긴 하지만.

2. 에스코리알 비스포크 수트
겨울에 내가 즐겨 입는 3종 수트가 있다. 그 중에 두번째로 비싼 수트인데, 에스코리알 울이 많이 비싸다. 울 중에서는 제일 비싸다고 봐도 무방. 물론 스카발과 같은 데서 나오는 럭셔리 컬렉션과 비교하면 안 되긴 하지만 울 자체만으로는 그렇게 봐도 무방하다. 그만큼 에스코리알 울이 가늘기도 가늘지만 독특한 특징이 있어서다. 여튼 그 원단 중에 특이한 색상 조합의 스트라이프라 내가 픽한 원단이다. 게다가 라펠을 피쉬마우스 라펠로 포인트를 줬고.

3. 크롬하츠 모닝 쉐이크 안경
요즈음 메인으로 쓰고 다니는 안경이다. 내가 안경을 쓰는 이유는 눈이 나빠서라기보다는 패션 용도지만, 이 안경은 칼 자이스 기능성 렌즈 들어가 있다. 아무래도 나이가 나이인지라 노안이 와서 내 눈에 맞는 맞춤 렌즈를 제작했는데, 아무래도 메인으로 쓰고 다니려고 하다 보니 좀 비싸긴 하지만 크롬하츠로 구매한 것. 보면 크롬하츠 티도 안 나는데 안경 림 사이즈 등이 나에게 딱 맞아서 좋다.

나는 옷을 어떻게 입느냐에 따라 스타일이 많이 다른 편이다. 그나마 옷빨 좀 잘 받는 편이라 다행이고. 수염은 이제 안 기른다. 흰 수염이 많아 늙어보여서.

 

음식
Food

예식은 3시였는데, 나는 점심도 못 먹고 가서 엄청 배가 고팠다. 배가 고팠기에 음식이 더 맛있었을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여기 음식 괜찮아서 내가 하나씩 다 찍어왔거든. 요즈음에는 그래도 블로그에 포스팅 많이 하는 편이다 보니(내겐 취미 생활이다. 얼마나 건전한 취미 생활인가.) 사진 다 찍어왔다. 

아뮤즈-부쉬(Amuse-Bouche). 프랑스말로 아뮤즈는 '즐겁게 하다', 부쉬는 '입'. 식전에 나오는, 입맛을 돋우는 핑거푸드다. 이건 쉐프가 알아서 준비하는 거기 때문에 에피타이저와는 구분된다. 아뮤즈-부쉬가 나오고 난 다음에 에피타이저가 나오기도 하고, 에피타이저는 아뮤즈-부쉬보다는 좀 더 요리에 가깝다.

포카치아 & 디너롤(Homemade focaccia bread & dinner roll). 포카치아는 이탈리아 빵으로 화덕에 구워먹던 빵이고, 디너 롤은 우리나라에서는 모닝빵이라고 보면 된다. 가운데 갈라서 잼이나 버터 발라 먹는 그 빵. 배고파서 그런지 맛있더라. 잼은 없고 버터만 있어서 버터만 발라 먹었는데 맛나.

단호박 크림 스프(Sweet pumpkin cream soup). 토핑이 뭔지는 모르겠는데, 아마 단호박 말린 거 잘라서 올린 거 같다. 

모듬야채 곁들인 수비드 치킨 팀발(Sous-Vide chicken timbale with mixed vagatable). 말 참 어렵네. 검색해보니, '수비드한(Sous-Vide) 치킨'은 조리법을 말한다. 치킨을 비닐 봉지에 넣고 미지근한 물에 넣어 데우는 조리법. 근데 팀발(timbale)은 뭐지? 익힌 고기, 야채 또는 과일, 계란을 섞어 틀에 넣어 구운 요리라는데 이게 구운 요리였어? 거 참 어렵네. 그냥 맛은? 내가 풀뿌리를 그닥 좋아하진 않지만 나이 먹다 보니 이런 것도 잘 먹게 되더라. 그냥 쏘쏘.

보리 크림리조토를 곁들인 랍스터구이(Grilled lobster with barley cream risotto). 일단 랍스터 맛있다. 양이 적어서 아쉬웠을 따름. 그리고 랍스터 아래에 보리로 만든 크림리조토 있던데 크림이 맛있어서 그런지 맛나더라. 이 또한 양이 적어서 아쉬웠음.

배 그라니타(Korean pear granita). 그라니타. 이탈리아 디저트다. 배를 얼음과 함께 갈아서 만든 건데, 달달하니 맛있다.

이제 메인 디쉬. 마르살라와인소스를 곁들인 안심 스테이크(Beef tenderloin steak with marsala wine sauce). 스테이크는 호주산. 익힌 정도는 미디엄. 으깬감자와 버섯, 아스파라거스, 피망, 방울토마토가 곁들여져 있다. 고기맛은 최상급은 아니지만 배고픈 관계로 괜찮다 정도. 싹 다 비움.

다음은 잔치 국수(Banquet noodles). 잔치 국수를 영어로 이렇게 표현하는 구나. party가 아니라 banquet으로. ㅎ 근데 이건 뭐 한 입에 다 넣을 정도로만 나와서. 근데 국물이 맛있더라.

티라미수(Tiramisu). 촉촉하고 부드럽고 달달하고. 내가 좋아하는 케익. 

마지막으로는 커피(Coffee). 시럽, 설탕 없음. 프림 없음. 내가 블랙 커피를 마시다니. 근데 괜찮더라. ㅎ 사실 시럽 달라 했는데 바빠서 그런지 안 갖다 주길래 마시고 일어남. 

음식 정말 맛있었다. 이런 음식 나오면 나 결혼식 매번 갈 듯 싶을 정도로. 4시 정도에 배불리 먹어서 저녁도 안 먹었으니 어제는 한 끼 먹은 거지만 그래도 참 맛나게 먹었던. 여기 음식값 얼마 할라나? 나중에 물어봐야겠다. 신혼여행은 발리로 간다는데 한 달 정도. 그것도 친구들 다 초대해서 한 달 있다고. 하...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