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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다큐

더 트루 코스트: 패스트 패션 이면의 환경 그리고 노동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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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를 '빠르게' 반영하여 '빠르게' 생산하고 '빠르게' 유통하는 패스트 패션.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저렴하니 많은 이들이 좋아할 수 밖에 없어 패션 산업에서 많은 각광을 받았지. 나 또한 자라(ZARA)나 유니클로(Uniqlo)의 전략(?)을 보면서 효율성의 극대화, 시스템화 등에 대해서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했었고. 그러다 옷을 제작하는 업을 영위하면서 이것 저것 찾아보다가 알게 된 다큐. <트루 코스트>.

#1
저렴한 가격은 결국 방글라데시나 캄보디아와 같은 나라의 값싼 노동력을 이용하기 때문. 사실 이것만 놓고 얘기하면 그게 뭔 문제냐고 할 수 있겠지. 같은 일을 해도 나라마다 임금 차이는 있을 수 있으니까. 그러나 패스트 패션 산업의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좀 더 비용이 적게 드는 데에 일감을 주게 되고 이러한 현상은 결국 열악한 환경에서 더욱더 낮은 임금으로 일을 하게 되는 문제를 낳는다는 것이다. 그런 문제가 잘 드러났던 게, 방글라데시 의류 공장 붕괴 사고였고.

우리나라도 지금은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갑과 을 관계와 비슷하다고 보면 될 듯. 소비자에게는 값싼 의류가 제공된다고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바람직하다고 생각할 지는 모르겠으나, 그 값싼 의류를 판매해서 패스트 패션 업계는 막대한 부를 축적해나가면서도 점점 더 개발도상국의 노동력은 착취하는 꼴이 되니 과연 이게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는 문제일까.

#2
값싼 의류는 버리는 것도 쉽다. 왜? 싸니까. 게다가 유행 지나면 안 입게 되는데, 싸게 샀으니 미련없이 버리게 되지. 문제는 그 의류들이 쓰레기가 되어 환경 문제를 초래한다는 것. 대부분 폴리가 섞인 합성섬유다 보니 이건 자연에서 분해가 안 되거든. 쉽게 얘기해서 썩지 않는단 얘기. 사실 다큐는 의류에서만 국한해서 다루긴 하지만 환경 문제는 의류로만 국한해서 볼 문제는 아니지. 1회용품, 플라스틱 등.

그렇게 오래 살았다고 할 순 없지만 나는 기억한다. 생수 판매가 처음 등장했던 때를. 물을 판매해? 아니 대동강물 팔던 봉이 김선달이 등장했나? 저게 팔려? 그런 생각을 그 땐 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당연하게 여기잖아? 코로나19 이후로 마스크도 앞으로는 평생 착용하는 게 당연한 것처럼 여겨질 지도 모른다. 지금은 일상이 되어 버린 분리 수거와 같이 말이지.

#3
다큐를 보면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영화가 주는 재미나 감동과는 다르고, 책이 주는 지식의 기쁨과도 다르지만, 때론 영화보다 더 한 감흥을 주고, 책보다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게다가 그런 감동과 생각은 관련 다큐를 찾아보게 만들고 전혀 관심이 없었던 것에 관심을 갖게 만드는 듯. 단순 재미를 주거나 지식을 넓혀주기 보단 우리 그리고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만들어주는 듯 싶다.

#4
나는 이런 문제를 보면서 해결점은 간단하다고 보는 입장이다. 내가 종종 하는 얘기가 있다. 자본주의에서는 범인 찾기가 쉽다고. 왜냐면 범인은 돈을 취한 자기 때문이다. 여기에 접목하면, 패스트 패션 산업으로 인해서 발생하는 문제는 패스트 패션 산업에서 책임지게 하는 구조를 만들면 된다. 그만큼 패스트 패션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했잖아. 기업 윤리, 노블리스 오블리제 말로만 떠들지 말고 제도화해서 이런 거에 관심을 갖고 책임을 지게 만들면 된다. 그래야 그걸로 번 돈으로 그로 인해 파생된 문제를 해결하지 않겠냐고.

그러나 이게 쉽지 않지. 정경 유착. 돈 있는 놈들이 정치인들에게 로비하고 있는 놈들 위한 정책을 만들고. 특히나 우리나라와 같은 경우는 유전무죄 무전유죄라고 같은 죄를 지어도 형벌이 다르지. 대기업의 대표가 공금 횡령하면 솜방망이 처벌. 횡령액의 배로 내게 해야 한다. 그리고 그건 본인만이 아니라 연좌제로 끝까지 물게 만들어야 하고. 그래야 그렇게 하지 않지. 과장 광고, 거짓 광고 왜 하는데? 해서 걸리면 시정 조치 받고 벌금 조금 내면 그만이거든. 그만큼 더 많이 벌고 적게 벌금 내니까 그런 거지. 그로 인해 얻은 수익의 배를 내게 해야 돼.

마치 세무 조사하는 것처럼 말이지. 왜 세무 조사를 다들 두려워하는데? 이유가 있는 거거든.

#5
환경 문제, 노동 문제 관심 없다 하더라도 패스트 패션 산업의 이면에 대해서 관심 있다면 추천한다. 모두 다는 아니겠지만 이런 걸 보다 보면 환경 문제, 노동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지. 다큐는 2015년에 나왔지만 아직까지 패스트 패션이 강세인 걸 감안하면 과연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 패스트 패션 기업들은 문제 인식을 하고 개선하려고 노력하는지는 미지수다. 비록 환경 문제는 차지하고라도 노동 문제에서만이라도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