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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뷰티/패션

과연 비스포크는 100% 핸드 메이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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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복에는 두 가지가 있다. MTM과 비스포크. MTM(made to measure)는 이태리식 표현으로 수미주라(su misura)라고 하는데, 일반적인 구분에 대해서는 다음에 설명하도록 하고, 엄격한 의미에서 얘기하자면 맞춤복 중에서 100% 핸드 메이드만 비스포크라고 부른다. 나머지는 모두 MTM이란 얘기. 즉 100% 핸드 메이드 즉 손바느질로 옷을 완성하는 게 아니면 모두 MTM이다. 좀 더 쉽게 얘기하면 1%~99% 핸드 메이드는 모두 MTM이란 얘기. 그래서 MTM은 스펙트럼이 넓다.

#1
우리나라에는 100% 핸드 메이드 비스포크가 거의 없다.

물론 있을 수도 있겠다. 모든 공정을 다 손 바느질로 했다면 말이다. 그러나 거의 없다라고 얘기하는 이유가 일부 기계 즉 미싱을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즉 100%가 아니기 때문이다. 왜 그런가? 그건 그만큼 이문이 안 남기 때문이다. 그만큼 가치를 부여해야 하는데 즉 그에 걸맞는 대우를 해줘야 하는데(돈을 더 줘야 한다는 얘기) 우리나라는 그런 가치를 잘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비스포크한답시고 100% 핸드 메이드로 하는데 옆에서는 80%만 손 바느질하고 다른 부분은 미싱을 이용해서 한다고 치자. 돈은 똑같이 받는데 나만 개고생해야 하느냐 뭐 그런 일이 벌어진단 얘기. 맞춤정장점에서 비스포크한다고 얘기를 하곤 하지만 기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 일례로 내가 운영하는 회사 유어오운핏에서 제작 의뢰하는 공방에서도 비스포크 만든다. 거기 국내 유명 맞춤정장점에서도 의뢰한다.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얘기다. 그냥 소비자들만 모를 뿐.

#2
외국은 24K 비스포크, 우리나라는 18K 비스포크

그러나 영국이나 이태리는 다르다. 그만큼의 가치를 인정해주기 때문이다. 영국과 같은 경우는 테일러를 의사급으로 대우를 해준다고 한다.(이용범 대표님의 말에 의하면) 그만큼 가치를 부여하고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하기 때문에 한땀 한땀 손바느질을 하는 수고를 할 수 있는 거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그런 거다. 우리나라 비스포크는 비스포크가 아니다라고 까는 얘기가 아니라 상황적인 맥락을 이해해야할 필요가 있다는 거다.

그래서 이용범 대표님 왈, 외국의 비스포크는 24K, 우리나라 비스포크는 18K.

#3
그럼 기계로 한다는 게 뭘 말하는 거냐? 미싱으로 한다는 거다. 보통 우리나라 비스포크라고 하면 눈에 띄는 부분들은 손 바느질로 하고, 다른 부분은 미싱으로 처리한다는 얘기. 그럼 그게 뭐 나쁜 거냐? 아니다. 결코.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이는 마치 한우 등급과도 같다. A 등급 한우와 A+ 등급의 한우는 맛의 차이가 좀 많이 나는 편이지만 A+ 등급과 A++ 등급의 차이는 A 등급과 A+ 등급 차이만큼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 것과 매한가지. 

그러니까 어느 정도 수준 이상이 되면 큰 차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4
물론 수작업에 대한 가치를 인정해주는 환경이라면 얘기가 틀리겠지만 그렇지 않다 보니 그런 게지. 그래서 나폴리 장인들이 우스개 소리로 너네들은 골방에서 옷 만든다며? 라고 하는 거다. 걔네들은 대우를 받는데 우리나라는 대우를 못 받는다는 게지. 여튼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소비자의 입장에서만 얘기하자면, 비스포크라고 폼 잡고 기실 비스포크가 아닌 MTM을 비스포크라고 얘기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애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