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더러 <더 지니어스>를 보란 얘기를 들었다. 단순히 재밌다가 아니라 나도 머리가 좋으니까 한 번 보라는 의미에서였다. 어떤 프로그램이길래 그러나 싶어서 한 번 봤다. 그런데 내가 본 건 <더 지니어스> 시즌1으로 게임의 법칙이란 부제가 적힌 프로그램이었다. 나는 그것도 몰랐다. 그런데 1편만 보고 말았었다. 게임 요령이 설명될 때부터 이건 심리 게임이네 하며 머리 쓰는 게임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물론 머리 쓰지 않으면 당하기 때문에 머리를 써야 하는 건 당연하지만 머리를 잘 쓴다고 해서 이길 수 있는 게임이 아니었기에 <더 지니어스> 시즌1 1편 보고 안 봤던 거다. <더 지니어스> 시즌1 1편 보면서 딱 떠오르던 만화책이 있었다. 도박묵시록 '카이지'
<더 지니어스> 프로그램 보고 떠오른 만화책 '카이지'
이 만화책 아는 사람들 많을 거라 본다.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카이지> 영화는 별로다. 만화책을 보았을 때 '야~ 이 만화 스토리 죽이네' 했던 그 감흥이 없어서 그런지 별로더라고. 내 기억으로는 '카이지'란 만화에 나왔던 게임들이 심리 게임이었던 거 같다. 머리도 굴려야 하지만 단순히 머리만 굴려서는 안 되는. <더 지니어스> 시즌1 1편의 게임이 '카이지' 만화책에 나왔던 게임이었던 거 같기도 하고 말이다. 여튼 그래서 그 다음부터 안 봤었다. 그러다 요즈음 이슈라고 해서 시즌1은 1편만 보고 말았고, 시즌2를 챙겨보기 시작했다.
<더 지니어스> 게임 초반의 핵심
일단 <더 지니어스> 시즌2 1편에 대한 감상평을 적기 전에 심리 게임에 대해서 내 몇 마디 얘기를 하려고 한다. 방송 보고 나서는 이런 저런 얘기 누구나 하겠지만 과연 내가 방송 보고 나서 하는 얘기인지는 보면 알 거 아닌가. 우선 내 프로필에 있는 문구를 보자.
이게 무슨 말인지에 대해서는 이미 글로도 적어뒀다. 위의 문구 그대로가 제목이기에 위의 문구에 링크를 걸어뒀다. 포커 게임은 머리 싸움이 아니다. 심리 게임이다. 내가 저런 문구를 만든 건 왜 사람들은 포커를 머리 싸움이니 운이니 이런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거다. 머리도 필요하고 운도 필요하지만 핵심은 그게 아니라 심리 게임이라는 거거든. IQ 높은 멘산들 봐도 나는 걔네들이 머리 좋은지 모르겠더라고. 오타쿠적인 면도 다분히 보이고 말이다. 그네들끼리 자기 머리 좋다는 걸 뽐내듯이 하는 꼬락서니도 좀 보기 싫었고 해서 나도 멘산이지만 그들과는 다르다는 의미에서 저런 문구를 적어둔 것이다.
깊이 있게 얘기하지는 않겠지만 포커 게임을 할 때 나는 돈을 많이 따야겠다는 관점에서 접근하지 않는다. 한 명씩 오링을 시키겠다는 관점에서 접근한다. 어차피 오링된 사람의 돈은 남은 사람들이 분배해서 갖게 되어 있고, 내가 제일 많이 가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내가 끝까지 살아남게 되면 내가 제일 많이 가져가지는 못할 수도 있지만 잃지는 않으니까. 보통의 포커 게임에서는 1:1 승부는 없다. 2명 남으면 끝. 2명 남아서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런 경우에는 한 방의 승부가 되는 경우가 많아 운이 많이 따라줘야 한다. 그래서 나는 그런 건 도박이라 안 한다. 그래서 나는 1등 아니면 2등, 1등 보다는 2등으로 따는 경우가 많다. 이게 내가 포커 게임에 임하는 기본적인 태도다.
<더 지니어스>의 게임도 심리 게임이라는 걸 감안하면 포커 게임과 유사한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이 게임은 가넷을 많이 확보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살아남는 게 중요하다. 즉 매회 한 명씩 탈락하는데 탈락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는 거다. 그래서 게임에서 꼴찌가 되면 안 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꼴찌가 안 된다 하더라도 꼴찌에게 지명 당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서 1등을 하면야 그런 걸 신경 안 써도 되겠지만 1등을 하는 데에는 변수가 많기 때문에 1등을 하려고 하다 보면 반대급부적으로 잃는 부분도 생기기 마련이라 1등이 안 되었을 때의 리스크를 감안해야 할 필요가 있다. 고로 이 게임은 1등이 되는 게 필승 전략이 아니라 데스 매치에 안 가게 하는 조건을 만드는 게 필승 전략이다. 고로 1등이 아니라 중간 순위에서 무난하게 있는 게 초반에는 중요하단 거다.
<더 지니어스> 게임 중반의 핵심
그러나 중반부터는 얘기가 틀려진다. 왜냐면 이미 몇 번의 게임을 통해서 여러 사람들이 내 성향에 대해서 파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반 이후까지 살아남기를 바란다면 초반에 나름 뭔가를 보여줘야 하는데, 이게 어렵다는 거다. 포커와 같은 경우라면 좀 쉽다. 나와 같은 경우는 이렇게도 하고, 저렇게도 하면서 상대가 내 수를 못 읽어내게끔 해둔다. 물론 나는 얼굴과 같은 경우는 완벽히 포커 페이스를 할 수 있으니까. 그런 모습을 보여주기 전에 나는 있는 듯 없는 듯한 게임 플레이어가 되어 게임에 참가한 사람들의 수를 읽어낼 수 있게끔 매우 세심하게 관찰하곤 한다. 초반에는 사람들이 좀 여유가 있어서 그런지 그렇게 준비하는 경우가 별로 없더라고. 뭐 내가 포커 게임에서 프로들과 상대한 게 아니기 때문에 그런 지도 모르지.
특히나 <더 지니어스> 게임에서는 전 회에 어떤 모습을 보여줬는지에 따라 다음 회에 영향을 미칠 수가 있기 때문에 포커 게임보다 훨씬 어렵다. 그래서 <더 지니어스> 게임에서는 이러기도 하고 저러기도 하는 모습도 보여줘야겠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나에게 사람이 붙게끔 하기 위해서 쟤랑 편이 되면 이길 수 있다는 믿음을 주게끔 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게 머리를 잘 써서 그렇다고 느끼든 아니면 뭔가 생각하는 방식이 달라서 그렇게 느끼든 말이다. 그게 <더 지니어스>를 재미있게 보는 관점이 아닐까 싶다. 아무리 처음에 나는 이렇게 해야지 하고 가도 심리 게임인지라 세트장에 있다 보면 그 속에 있는 사람들끼리 벌어지는 상황 때문에 자신이 처음에 생각한 대로 할 수 없는 경우 많이 생길 거라 본다. 분위기에 휩쓸리는 게지.
뭐 이런 생각을 갖고 지켜보다 보면 재미있을 거 같다. 머리 좋은 사람이 유리할 수는 있지만 꼭 이기리라는 보장이 없다. 왜냐면 자기가 이기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도움이 없이는 힘들기 때문이고, <더 지니어스> 게임에는 꽤 머리가 좋은 사람들이 참여하기 때문에 내가 파악한 거 다른 사람들이 파악하지 못할 리도 없다. 50보 100보라는 거다. 그래서 승부를 결정짓는 요인의 핵심은 그런 게 아니더란 얘기지. 여튼 매회 보면서 감상평 적을 생각이다. 나는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그래도 내가 보는 유일한 예능 프로그램이 <짝>이었는데 한 편 더 늘었네. 아~ 최근에 <주먹이 운다> 시즌3도 있지?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