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2,837번째 영화. 체 게바라와 피델 카스트로의 쿠바 혁명 일대기를 그린 영화다. 아주 사실적으로 그린 듯. 퍽 놀라웠던 건 주인공인 베니치오 델 토로 정말 체 게바라랑 많이 닮은 듯 하다는 점. 영화는 체 게바라가 피델 카스트로와 만나서 혁명을 시작하는 그 시발점부터 시작한다. 그러나 혁명을 어떻게 쟁취하는가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왜 혁명에 성공했는가 그리고 왜 체 게바라는 미국을 비난하는가에 더 초점이 맞춰진 듯.
전쟁과 평화에서 톨스토이는 이렇게 말했다.
"군사 과학에서는 더 많은 병사를 가진 군대가 더 큰 공격력을 발휘한다"
"군사 과학에서는 더 많은 병사를 가진 군대가 더 큰 공격력을 발휘한다"
체 게바라의 독백 속에서 자신이 속한 게릴라가 우세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군의 최종적인 공격력은 알 수 없는 변수에 의해 배가 될 수 있는데
그 알 수 없는 변수 중에 한가지는 병사들의 '사기'다.
위험에 맞서 싸우려는 열망이 얼마나 큰지에 따라 달라진다.
기꺼이 싸우려는 사람은 싸우는 이유를 잘 알고 있다.
그 알 수 없는 변수 중에 한가지는 병사들의 '사기'다.
위험에 맞서 싸우려는 열망이 얼마나 큰지에 따라 달라진다.
기꺼이 싸우려는 사람은 싸우는 이유를 잘 알고 있다.
게릴라전하면 떠오르는 체 게바라의 말이지만 한 가지 더 덧붙여야할 듯하다. 싸우려는 열망이 아무리 크다 하더라도 싸우는 이유가 대의(大義)에 어긋남이 없어야 한다. 이슬람의 게릴라들은 그래서 인정받지 못하는 거다. 대의가 분명했기에 혁명 중에 공산주의자들도 규합하면서 피델 카스트로에게 힘을 실어준다. 공동의 목적 아래 이념이란 의미가 없다.
어떤 이념이 옳은가라는 잣대는 무의미하다. 이 세상 어떤 이념이든 그 이념이 나왔을 때는 다 순수했고 이념 그 자체가 틀린 경우는 별로 없다. 단지 현실적인 상황이 다를 뿐이고 이념을 실행하는 사람들이 잘못되었을 뿐이다. 이러한 이념에 대한 논쟁은 지극히 소모적이고 편파적일 수밖에 없다. 결국 이념의 문제가 아닌 사람의 문제다.
UN에서의 체 게바라의 발표는 그다지 감동적이지 않았다. 오히려 나는 노무현 대통령의 연설이 훨씬 더 감동적이라 생각한다. 사실 나는 이 영화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냐면 자신이 주창하는 대의가 그릇되지 않았다면 체 게바라와 같이 무장투쟁도 필요하다고 본다. 달라이 라마가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건 무장투쟁을 하지 않아서다. 아무리 그런 신념이 중요하다 하더라도 현실 인식 또한 같이 해볼 줄 알아야 한다고 본다.
체 게바라 평전 장 코르미에 지음, 김미선 옮김/실천문학사 |
720페이지의 양장본이라 각오를 하고 읽어야 하는 책이다. 물론 나는 이 책 안 읽었다. 체 게바라에 관심을 안 가졌던 것도 아니고 내가 두꺼운 책을 회피하는 경향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710페이지 정도의 평전을 읽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읽었던 책은 얇으면서도 사진이 많이 들어가 있는 <Che - 한 혁명가의 초상>다. 여기에 체 게바라의 시신 사진까지 실려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224페이지지만 사진이 많아서 쉽게 읽을 수 있으니 관심있으면 보길.
Che - 한 혁명가의 초상 페르난도 디에고 가르시아 & 오스카 솔라 지음, 안종설 옮김/서해문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