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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독서

요청하신 도서 리뷰에 대한 원칙

가끔씩 그런 경우가 있습니다. 많지는 않지만 말입니다.
제가 뭐 대단한 것도 아니고 아직은 브랜드나 인지도가 있지는 않습니다만
출판쪽에 있었던 경력 때문인지 독서클럽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인지
책에 대한 리뷰가 블로그에 좀 있어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경우가 종종 생기곤 합니다.
이 때 저는 제 나름대로의 원칙을 갖고 도서 리뷰를 합니다.

1. 제 생각 있는 그대로 담는다.

그것이 비판적인 내용이라 하더라도 있는 그대로 담겠다는 겁니다.
혜택을 입었다고(무료로 책을 봤다고) 해서 좋은 점만 부각시키지도 않고
이런 생각 때문에 단점을 꼭 지적하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제게 책이 들어온 순간 일단 제공으로서만 의미를 두시기 바랍니다.
저는 줬다는 데에 별로 의식하지 않고 제 생각 있는 그대로 얘기할 뿐입니다.

1-1. 직접적으로 제게 요청이 들어올 경우

직접적으로 제게 요청이 들어오는 경우에는
제가 보고 그다지 리뷰를 적고 싶지 않다고 할 시에
전화해서 이렇게 얘기합니다. 리뷰를 적으며 비판적이 될 것 같다고.
그리고 안 적습니다. 제가 특히나 싫어하는 류의 책들이 있습니다.

사유의 과정을 오히려 방해하는 책들이 그렇습니다.
전문서든 대중서든, 쉽든 어렵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요.
저의 동양적인 사고방식으로 바라볼 때
편협한 책은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편협해도 들어볼 만한 내용이라면 예외겠지요.

대중서라고 해서 저랑은 안 맞다는 것은 아닙니다.
대중서라면 대중서라는 시각으로 책을 봅니다.
지식 수준도 천차만별이라는 것을 고려한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나 대중서들 중에 잘못된 생각을 심어주거나
편협한 생각으로 사람을 몰아가는 경우에는 
매우 비판적으로 바라보곤 합니다.

어렵게 얘기하고 제가 모르는 정보가 언급된다고 무조건 좋다고 하지는 않지요.
다만 리뷰에 이런 언급이 들어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제가 돈을 주고 사보라고 했으면 아마 읽을 기회가 없었을 듯 하다는 식의.
그것은 그 책이 좋고 나쁨을 떠나서 제가 보고 싶은 책의 부류로는 안 들어왔다는 겁니다.

1-2. 간접적으로 제게 요청이 들어올 경우

직접적으로 요청이 들어오면 전화하면 되는데
간접적으로 요청이 들어오는 경우라면 애매합니다.
제가 여러 온라인 서점의 서평단이나 리뷰어 모집에서
도서 관련되어서는 전혀 참여하지 않는 이유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읽고 리뷰를 올려야 한다는 제약 조건이 있기에
리뷰는 적는데 저는 있는 그대로 적는다는 것이지요.
뭔가 좋은 얘기를 기대하고 리뷰를 원했다면
이런 경우에는 저랑 안 맞습니다. 저는 있는 그대로 적습니다.

2. 어디서 제공 받았다는 것을 꼭 밝힌다.

지인을 통해서든 아니면 리뷰를 적는다는 목적 하에 받은 것이든
그런 사실을 있는 그대로 얘기합니다. 그것은 리뷰를 읽는 사람이
참고하라고 하는 것이기도 하고 저는 기본적으로 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저는 그렇습니다.

제가 호평을 하든 혹평을 하든 항상 서두에 밝히는 이유는
전 그런 것으로 제가 바라보는 관점에 영향을 전혀 미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제 리뷰가 싫으면 제공 안 하면 그만입니다.
최근에 이런 원칙에 연락이 없던 출판사도 있었지요. ^^

제대로 된 피드백을 받으려면 개체 독립성을 보장해줘야 합니다.
왜 내 돈 주고 내 제품 제공해주고 이런 피드백 받아야 하느냐는
그런 사고방식으로는 결코 더 나은 제품 만들 수 없습니다. 결코!

저는 여러 가지 것들을 고려해서 위와 같은 원칙으로 리뷰를 합니다.
대신 책을 완독하는 것은 리뷰를 하든 안 하든 항상 하는 일이지요.
이는 그래도 제공해준 데에 대한 감사로 노력을 한다는 의미입니다.
제공에 대한 대가는 그것으로 끝입니다.
그것이 제게 도움이 되는 책이든 제게 도움이 되지 않는 책이든 말이죠.

제 시간 내서 읽고 싶은 책을 제쳐두고 읽는다는 것만 해도
저는 그런 요청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지킨다고 봅니다.

* * *

어차피 한 사람의 리뷰는 판매에 영향을 크게 미치지 못합니다.
그런 한 사람 중에 저도 포함이 될 뿐이겠지요.
그렇기 때문에 제가 있는 그대로 적는다고 해서 그게
책의 판매 부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지는 않기 때문에
그런 부분은 걱정을 하실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물론 제가 브랜드나 인지도를 가지는 날이 되면
얘기가 많이 달라지겠지만 그런다 해도 위의 원칙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아마 그 때 되면 제게 돈을 주고 리뷰 요청을 할 수도 있겠지요.
그런다 해도 원칙에는 변함없습니다.

왜냐면...
적어도 지식에 있어서는 제 나름대로의 원칙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건 저의 철학이기도 합니다. 그것은 돈으로 바꿀 수 있는 꺼리가 아니지요.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도 원칙에는 변함이 없을 것입니다.
만약 뭔가를 깨달아서 바꾸게 된다면 원칙을 밝힌 이상
수정된 원칙 또한 공개를 해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