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읽고 적는 리뷰다. 이 책은 내가 보려고 했던 책은 아니었지만, 블로그코리아의 필로스님(이웃블로거이시기도 한)과 전화 통화하던 중에 책 얘기가 나와서 참여 신청 하고 좀 그러라는 말에 참여 신청 했다가 덕컥 당첨이 되는 바람에 읽고 리뷰 날짜가 3월 10일 바로 오늘까지인지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지금에 급하게 리뷰를 올린다. ^^
사실 요즈음 바쁜 지라 우선순위가 덜 중요한 것은 가급적 미루는 편인데, 이건 날짜가 정해져 있는지라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적는거다. 만약 적을 내용이 많은 책이었다고 하면 솔직히 이렇게 급하게 적을 자신이 없었겠지만 그렇지는 않았기에 그래도 조금 성의를 들여서 리뷰를 한다. 단, 어떤 경우라도 난 내 손에 들어온 책의 리뷰는 내 생각 그대로 담을 뿐이다.
나의 HR 경험
나와 같은 경우는 HR에 대해서 경험해본 적이 있다. 혼자서 150여명 되는 조직 전반의 신인사제도 개편을 해보았을 때 퍽이나 많이 고생했던 기억이 있다. 모든 팀들 일일이 미팅하면서 전직원들과 내용을 공유하고 그에 대한 동의를 이끌어내기 위해서 동의서까지 받아내기도 했었다. 사실 동의서를 받아내는 것은 내가 만들어냈던 프로세스다. 각 팀 미팅부터 동의서 받는 것조차도 대표이사 허락을 득하지 않고 진행했다. 굳이 그런 사소한 것까지 보고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으니까.
아무래도 인센티브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보니 민감했던지라 흔적을 남겨두었던 것이다. 원래 똥 누러 들어갈 때 심정이랑 똥 누고 나올 때 심정 다르듯이 자신이 어떤 평가를 받게 되면 생각 달라질 수도 있는 문제니까 말이다. 물론 평가는 내가 하는 것이 아니다. 정해진 기준에 따라 정량적으로 하는 것이기도 했고 역량평가는 상급자가 하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나는 평가된 결과의 밸런스 조절 입장에서 대표이사에게 별도로 보고할 뿐이었다.
당시에 내가 활용했던 기법이 BSC와 역량평가였다. 전략과 인사제도를 믹싱했기에 전략 조직으로서의 변화를 꾀하기 위해서 그랬던 것이다. 물론 BSC는 외부 컨설팅을 먼저 받고 있는 중에 내가 맡게 되어서 그런 것이기도 하지만, BSC를 기존부터 알고 있었기에 실제 활용하고 싶었던 것도 컸었던 것이 사실이다. 외부 컨설턴트는 박사 출신이었는데 정말 시덥지 않았다.
도대체 컨설턴트들은 문제가 보이는 데도 어떻게 해서든 빨리 끝내려고만 하는지. 돈만 받고 빨리 끝내면 다야?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이 때의 컨설턴트는 그랬다. 나이가 어린 나를 보고 우습게 생각했는지 질문을 해도 답변조차 하지 않고 자료만 던져주는데, 던진 자료만 갖고도 모순점이 발생해서 질문을 했더니 묵묵부답이다.
대표이사랑 아는 사이라 이거지? 언제 내가 누구 눈치보고 일했던가? 내가 일 못하면 짤리면 그만이지. 눈치보고 일하지는 않는다. 잘 걸렸다 싶어서 대표이사, 컨설턴트, 나 이렇게 삼자 미팅으로 회의를 할 때 질문하다가 자꾸 무시하니까 대놓고 자료 펼쳐보이면서 지적했더니 아무 소리 못한다. 대답을 촉구하자 무안해한다. 자신의 자료에 모순이 보이는 데도 처리를 하지 않는다니... 일에 성의가 없었다. 많이 알면 뭐하나? 적용도 못하는 거.
아무리 내가 공격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 해도 일에 있어서는 동기 부여 잘 하고 공동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참고 인내하는 경우도 꽤나 있는데 이건 뭐 일하는 태도가 성의 없고 빨리 끝내려고만 하니까 그랬던 것이다. 결국 역량평가는 내가 아는 지식과 역량평가에 관련된 문헌과 논문을 통해서 참조해서 새로 개발하는 등 내가 일은 죄다 다 하고 그 컨설턴트는 돈만 받아갔다. 몇 번 오고 얼마 받아갔더라? 어떤 컨설팅 업체인지는 밝히지 않겠다.(밝히고 싶지만 ^^)
그 때 진행하면서 벌어졌던 많은 일들을 구구절절 설명할 수는 없지만 아직도 그 회사 인사제도 담당자는 가끔씩 전화가 와서 물어보곤 한다. "이럴 때 어떻게 해야 되나요?" 어쨌든 내가 해서 결론이 좋았다는 게 아니다. 내가 간과하고 있었던 부분도 분명히 있었다. HR은 인내를 갖고 해야하고 문화를 서서히 바꿔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내가 조금 급했던 것도 있었고 내 업무가 순수 HR 담당은 아니었기에(전략기획 담당인지라) 초기 설계에서만 A부터 Z까지 Task Force팀 구성해서 담당했을 뿐이었지만 미흡했던 부분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계속 수정 보완해야 했는데 문제는 아무리 노력해서 셋팅을 해놓아도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지속적으로 수정 보완하면 될 것을 그렇게 하지 못할 상황에 놓인 게 아쉬웠다.
HR 고수가 전하는 이야기
내가 경험했던 것을 미루어 보면 이 책은 고수가 적은 책임에 틀림없다. 맥을 잘 안다. 그 맥을 모르면 언급하지 못할 얘기들도 담겨 있으니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게 보였다. 다만 이 책은 쉬이 읽히지 않는다. 매우 건조한 문체라 집중하고 읽어야 한다는 얘기다. 전문서가 그렇지라고 생각해도 전문서라고 다 그런 것은 아니니까 너무 논문 식으로 적어서 재미가 없다.(논문 식으로도 재밌게 적을 수 있는데... ^^)
그래서 이 책은 HR 담당 업무를 하고 있는 이에게 권한다. 그 외에는 HR을 맛보기 위해서 또는 알고자 해서 이 책을 선택했다면 아마 읽다가 중간에 포기할 수도 있다. 그만큼 재미는 없다. 집중 안 하면 읽다가 다시 앞으로 넘어가 읽어야할 정도니. ^^ 그리고 그 내용을 가슴으로 이해하기가 힘들 수도 있기에 그냥 읽고 알았다는 정도 수준에서만 멈출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래서 HR 담당자가 아니면 권하지 않는다. HR에 대해서 알고 싶다면 다른 쉬운 책을 읽기를...
그래도 저자의 HR 내공은 인정한다. 고로 저자의 내공을 믿고 저자의 얘기에서 뭔가 하나 건져보려고 하면 건질 만한 것이 있을 수 있겠지만 HR 전문가라면 그리 건질 만한 것이 있을까 싶기도 하다. 이미 알 수 있지도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에 말이다. 그래도 한 번 볼만하다고 얘기하는 것은 HR을 단순히 인사관리라는 관리업무로서가 아니라 전략과의 연계 속에서 조직의 발전은 조직원들에게서 나온다는 생각이 밑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 속을 들여다보면 HR 전문가는 HR만 알아서는 되는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도 알아야 한다는 점도 매우 중요한 얘기라 하겠다. 비즈니스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는 아니더라도 Generalist는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왜? 전략과 연계를 하기 위해서는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고 그 속에서 그 전략을 제대로 실행하기 위한 HR을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전술과 전략에 대한 부분과 경영자와 라인 리더들까지의 얘기들 속에서 HR이라는 것을 매우 광범위하게 다루고 있다는 점은 돋보였다.
결국 이 책에서 얘기하고 있는 것은 인사관리가 아니라 HR(Human Resource)인지라 폭이 넓다. 게다가 전략과의 연계성 속에서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전략적 HR(Strategic HR)이라고 했고, 그것을 이루기 위한 과정에 필요한 얘기들을 하고 있으니 Roadmap to Strategic HR이 원제가 되겠다. 제목에 이 책에서 하고자 하는 내용의 핵심이 다 들어가 있는 셈이다.
다만... 딱딱해서 집중하지 않으면 읽히지 않는다는 게 흠이다. 그래서 나는 HR 입문자나 HR 초보자가 아니라 HR 담당자나 HR 전문가에게 권하는 바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꼭 그들에게 도움이 될 지는 나도 모르지만 적어도 들어볼 말은 분명히 있다. 간만에 딱딱한 책 읽고 꽤나 읽는 데에 신경을 썼던 듯 싶다. 요즈음 가뜩이나 머리가 복잡하고 할 일이 많은 지라 시간 내기도 어려웠고 말이다. 그래도 제 시간에 리뷰해서 다행이다. ^^
위의 코드 꼭 붙여야 된다고 해서 붙인다. 몰랐었다. 근데 난... 이런 거 다는 거 별로 안 좋아한다. 알라딘 TTB 같이 책 이미지 쉽게 퍼서 좋고, TTB로 혜택까지 있으면 그건 난 바람직하다 생각하는데 이런 배너는 그닥... 어쨌든 달아야된다는 것이 조건인 듯 하여 단다. 블로그코리아 리뷰룸 첫 이용이 되겠다. ^^
전략적 HR 로드맵 랠프 크리스텐슨 지음, 김영기 옮김/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