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처음 만나보는 진중권
진중권 교수를 처음 본 것은 'TV, 책을 말하다'에서 패널로 나왔을 때였다. 어디서 봤는데 하는 인상의 교수가 바로 진중권 교수였다. 다른 패널들보다 유독 눈에 띈 것은 단순히 어디서 본 듯한 인상 때문만은 아니다. 그의 얘기를 듣고 있노라면 그의 내공을 가늠하기조차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사실 다른 패널 중에서 여자 교수와 같은 경우는 논리적인 말보다는 그냥 내뱉는 말이 많았고 자신의 얘기를 조리있게 얘기하기 보다는 자신이 아는 것이 많다는 것을 표현하려는 듯했지만 진중권 교수는 조용하게 얘기하면서도 아주 임팩트 있게 얘기해서 눈여겨볼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 이후 진중권 교수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있다가 올해 초반에서야 책으로 그를 만나보았다. 물론 그의 저서 중에서 유명한 전작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사실 미학에는 별 관심이 없었고(최근에는 많이 달라지긴 했지만) 이 책의 제목을 보면서 뭐라 했을까 궁금해서 이 책을 먼저 접하게 된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그의 시선
같은 과정을 거쳤다고 해서 그렇게 독특한 시선을 가지지는 못할 것이다. 같은 시선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설득력 있게 표현하는 것은 또다른 문제다. 독일에서 오랜 생활을 해서 얻은 것도 분명히 있겠지만 그는 그만의 독특한 시각을 가지고 있고 그 시각에 대해서 나름대로의 논리를 갖고 있다.
그래서 그가 얘기하는 것이 내 생각과 반하거나 다르다고 해도 들어볼 만한 것이다. 적어도 무조건 까대기 식도 아니고 설득력 있게 논리적으로 얘기를 해주기 때문이다. 한때 네티즌들과 논쟁이 벌어졌을 때에도 나는 진중권 교수를 나쁘게 보지 않았다.
그의 얘기가 옳다고 생각해서도 아니고 진중권 교수를 좋아해서도 아니다. 진중권 교수도 인간이니 때로는 말 실수를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했고 그래도 그의 논리적인 얘기는 충분히 들어볼 만한 내용이었기 때문에 부분적인 실수를 크게 보지 않았던 것이다.
사실 어떤 독특한 시각을 가지기 위해서 나는 正-反-合의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고 본다. 이쪽 저쪽 두루 살펴봐야 판단을 하게 되는 것이고 내 판단이 서야 상대의 얘기에 내 논리가 생기는 거 아니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진중권 교수의 표현이 과했다 한들 그것이 꼭 악의가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그의 어투가 그렇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어투가 다소 공격적인 거 처럼 말이다.
그러나 이 책은 아쉬운...
한국인에 대한 진중권 교수의 시각은 볼 만했다.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도 있고, 굳이 이렇게 얘기할 필요까지야 할 정도로 너무 과민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부분도 있고, 이건 누구나 다 아는 얘기일 건데 하는 부분도 있는 등 한 책에서 참 다양한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런 반면 그것이 이 책이 가진 한계였던 것 같다. 어찌보면 구성의 한계라고 볼 수도 있을 듯 싶다 .단편적인 얘기들을 나름 근대화, 전근대성, 미래주의라고 묶어서 구성했지만 각각의 얘기들의 합이 너무 파편화된 느낌이다.(위에서 얘기했듯이 각 얘기에 대한 반응이 너무 제각각인지라) 그래서 아쉬운 책이다.
마치 여러 재밌는 얘기를 들은 것과 같은 그런 느낌이라 내가 기대한 만큼의 진중권 교수의 진면모를 책에서 찾기는 미흡했던 것이 솔직한 느낌이다. 그러나 책 속에서 보이는 진중권 교수의 단편적인 얘기들에는 꽤나 볼 만한 게 많았다는 것은 부인하지 못하겠다.
호모 코레아니쿠스 진중권 지음/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