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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독서

촛불집회에 보이는 집단의 심리에 대한 단초 "군중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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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선택한 이유

개인적으로 심리학을 좋아한다. 아니 거창하게 학(學)이라고 얘기하기 보다는 인간 심리에 대해서 생각하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일반 대중서들 중에서 인간 심리에 대한 서적을 종종 보기도 하지만 꼭 그러한 것을 봐야지만 인간 심리를 알게 되는 것은 아니다. 영화나 소설을 봐도 그렇고 사람들과 만나서 부딪히면서도 생각할 꺼리는 충분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심리학 서적들이 인간 심리에 대해서 생각할 꺼리들은 많이 제공해주지 못하고 있다. 저자의 설득력 있는 얘기들을 읽고 있노라면 그 틀에 갖혀 버리기 때문이다. 하다못해 소설을 읽으면서 왜 주인공은 이 때에 이런 선택을 해야만 했을까 하는 그런 생각이 틀에 갖히지 않고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주지만 심리학 서적들을 읽고 있으면 저자의 생각대로 따라가게 된다.

그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무엇이든지 일장일단(一長一短)은 있게 마련인 것이니. 대신 우리는 우리보다 더 그것에 대해서 연구하고 공부한 사람의 검증되고 정리된 얘기를 듣고 쉬이 이해할 수 있지 않은가? 그러나 항상 아쉬운 한 가지가 있었다. 그것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인데 대부분의 책들은 개별적 존재로서의 인간 심리를 얘기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적어도 지금까지 내가 접했던 책들은...

도서관에서 내가 원하는 책을 빌리려고 갔다가 간 김에 이것 저것 둘러보면서 내 눈에 쏙 들어오는 제목이 하나 있었다. "군중심리". 왠지 모르게 내가 많은 생각을 하는 것들에 어떤 단초를 제공해주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뭔가 내가 몰랐던 것들에 대해서 가르침을 줄 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이 책을 선택했던 것이다.


인간 심리의 화학적 반응

화학적 반응이라 함은 어떤 물질과 어떤 물질이 결합했을 때 두 물질과 전혀 성질이 다른 새로운 물질이 생성된다는 의미에서 이렇게 표현한 것이다. 개별적인 인간들이 모인 군중은 개별적인 인간이 가진 특성과 전혀 다른 특성을 보인다라는 것이다.

마치 화학적 반응과 같이 개별적 인간들 각각이 가진 개성이 집단화된 군중 속에 묻히고 하나의 방향으로 귀결되어 군중 그 자체가 하나의 독립된 개체로서의 성격을 띈다는 거다. 그래서 군중심리라는 것을 이해하면 그것을 이용할 수도 있다는 거다. 그것의 중심에는 이성이 아닌 감정이 존재했다.

이 책의 얘기들이 맞다 틀리다를 논하는 것은 크게 의미가 없다고 본다. Never Ending Story가 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런 논쟁이 붙는다면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귀납적인 방식으로 상대의 논리를 꺾으려는 경우가 많이 생길 듯 싶다.

가능성(Possibility)만 있다면 충분히 들어봄직 하다고 생각한다. 그 속에서 취할 것이 있으면 취하고 버릴 것이 있으면 버리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충분히 들어봄직한 얘기들이 있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다. 다만 이 책을 통해서 얻은 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알아서 오히려 독이 되는 경우가 될 수도 있겠다.


모순된 행동의 군중

원래 인간이 모순덩어리다. 자신은 도덕적이고 전혀 거리낄 것이 없이 떳떳하게 세상을 살아왔다고 얘기하는 사람이 있다 하더라도 자신의 행동 또는 말 속에 모순은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다. 단지 그 사람이 자기 자신의 모순에 대해서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럼 나는? 나 또한 마찬가지다. 그래서 가끔씩 그런 생각들이 나 스스로를 옭아매기도 한다. 그런 생각들이 행동, 글, 말에 있어서 제약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편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세상에 완벽이라는 것은 없으며(결과는 한시적인 것, 과정만 있을 뿐이다.) 가만히 앉아서 생각만 해서는 아무 것도 일어나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각한다고 해도 스스로 내 생각에 허우적거릴 때는 아주 미칠 지경이다.

인간이 그러하듯이 인간이 모인 군중들도 이와 비슷한 면을 보인다. 대학살을 주도한 군중들이 학살당한 이들의 재물을 훔치지 않고 수거하여 혁명위원회에 바쳤다는 일례(1793년)가 있다. 상부에서 그렇게 지시한 것도 아닌데 군중들은 왜 그렇게 했을까? 그것도 대학살을 주도한 군중들이 말이다. "사람을 죽여서는 안 된다."는 아주 지극히 기본적인 명제를 거스른 사람들이 "남의 것을 훔치지 말라."는 명제는 따르고 있다.

굳이 두 가지 명제의 가치의 우열을 논하자고 한다면 어느 누구든지 인간이라면 "사람을 죽여서는 안 된다."는 명제를 더 우위에 둘 수 밖에 없다.(生而知之) 어떻게 사람은 죽이고 물건은 훔치지 않을까? 거 참 이해할 수 없는 일면이다.

그러나 일전에 "Case Study(사례연구)는 Reference(참조)로 활용하라"는 글에서도 적었듯이 이와 같지 않은 사례들도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다.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사례를 찾으면 당연히 그런 사례들만 보게 마련인 법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이것을 군중의 특성이라고 얘기하지 않았다. 군중에서 빈번히 보이는 것이라고 했을 뿐이다. 그만큼 이 책의 저자는 군중에 대해서 매우 깊은 이해를 하고 있는 듯 하다. 아니면 내가 생각하는 수준이 낮아서 그렇게 보일 지도... ^^


총평

이 책은 일반적인 심리학 서적들과 같이 쉽게 읽히는 대중서는 아니다. 조금은 딱딱하다. 그래도 다음과 같은 질문에 대한 단초를 얻고 싶다면 읽어볼 만하다. 분명히 나는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니라 단초를 말했다. 단초라 함은 그 답을 스스로 찾기 위한 하나의 실마리라는 의미다.

- 투표 때 그 사람이 당선되면 어떻게 될 것인지 알면서도 그 사람을 뽑는 이유는 무엇일까?
- 자신을 신이라고 칭하는 교주를 믿는 광신도들은 도대체 무엇 때문에 믿게 된 것일까?
- 알 카에다는 목숨 바쳐 테러를 저지르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와 더불어 최근의 촛불집회를 심리학적 관점에서 접근해본다면 참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얻은 지식을 악용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물론 악용한다고 해서 그것이 옳다 그르다를 내가 얘기할 수는 없다. 그것은 지극히 개인의 선택이며, 그것이 다수에게 설득력을 가진 것이라면 그것을 두고 뭐라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책은 군중의 심리적 특성에 대해서 많은 사례와 더불어 설득력 있는 얘기를 하고 있다. 그리고 정리가 잘 되어 있는 편이다. 그렇다고 요즈음의 자기계발서와 같이 "1. 어떻다. 2. 어떻다" 식의 정리는 아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드는 생각은 역사 속의 유명한 정치인들은 이런 군중심리를 잘 활용했다고 본다.

그것이 이 책을 읽어서 알았던 것인지 군중심리에 대한 깊은 이해를 스스로 했는지 여부는 모른다. 그리고 중요하지도 않다. 잘 활용했다고 느끼는 것은 그만큼 이 책에서 얘기하는 군중심리가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는 것이다. 1895년에 쓰여진 책이지만 지금 읽어도 설득력이 있는 것은 인간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의 활용면에 있어서는 크게 두 부류로 나뉠 수 있을 것 같다. 군중심리를 활용하려 자신의 목적을 이루려는 부류와 군중심리를 잘 알고 군중에 속하지 않으려고 하는 부류. 그러나 세상은 항상 군중심리를 활용하려 자신의 목적을 이루려는 부류에 의해 좌지우지되어 온 것 같다. 이런 의미에서 정치인이나 광고/마케팅 담당자들에게는 이 책이 심리학 서적이 아닌 실용서가 될 수도 있겠다.

군중심리 
귀스타브 르 봉 지음, 김성균 옮김/이레미디어


더불어 읽으면 좋은 책

Web 2.0 이후 화두가 되었던 많은 키워드들 중에는 Crowd Sourcing이란 것이 있다. 그런 것들에 관련하여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책이 제임스 서로위키의 "대중의 지혜(the Wisdom of Crowds)"다. 이것과 "군중심리" 읽어보면 꽤나 다양한 사고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고 이 둘을 비교하는 데에 있어서는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그것은 "군중심리"에서 말하는 군중이라는 용어의 해석 떄문이다. "군중심리"에서는 개인들이 모여서 집단으로 되어 있다고 해서 군중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군중심리"에서 말하는 군중심리적 관점에서의 군중으로 어떤 확고한 목적의식을 지닌 집단이어야 하고, 반드시 감화력을 지닌 원인들의 영향을 받아야 군중의 특성("군중심리"에서 정리되고 얘기하는)이 발현되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대중의 지혜"는 그러한 전제없이 무리들의 이성적 사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래서 이 둘을 비교하고 어느 것이 더 낫다거나 옳다거나 하는 것은 단순히 비교할 수는 없는 것이다. 다만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이성과 감성을 모두 소유하고 있으며 이런 인간들의 집단 또한 두가지를 모두 가지고 있다는 부분에서 같이 읽으면 좋을 듯 싶다.

대중의 지혜 
제임스 서로위키 지음, 홍대운 외 옮김/랜덤하우스코리아

더불어 우리가 잘 아는 너무나도 유명한 프로이트는 1921년 이 책의 비판서로서 기획한 "집단심리와 자아분석"을 집필했다고 한다. 같은 심리학 관점에서 "군중심리"를 비판한 책이니 이 또한 읽어보면 다양한 사고를 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러나 프로이트의 책은 인터넷 서점에서는 찾기가 힘들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프로이트 저서는 "정신 분석학 입문" 정도를 읽어봤는데 참 책이 잘 안 읽힌다. ^^ 남에게는 이렇게 얘기해도 정작 나 자신이 프로이트 책을 읽을 지는 사실 미지수다. 아마도 읽고 싶은 책이 많아서 읽지 않을 가능성이 높을 듯. ^^


기타

개인적으로 히틀러를 존경하는 부분도 있기에 "나의 투쟁" 역시 읽어봤었다. 아니 "나의 투쟁"을 읽고 히틀러를 존경하게 된 것이 순서가 맞겠다. "군중심리"를 읽으면서 떠오르는 한 인물이 있었다. 바로 아돌프 히틀러였다. 근데 책을 다 읽고 뒷면을 보니 이런 내용이 적혀 있는 것을 보았다.

실제로 히틀러는 "나의 투쟁"(1926)에서 르 봉의 "군중심리"에 제시된 정치선동기술을 대단히 많이 응용하고 있다.

음... 그렇다면 나는 히틀러를 존경하게 된 것이 이러한 "군중심리"를 잘 아는 히틀러에게 낚인 거라는 얘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