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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집착으로 볼 것이냐? 집념으로 볼 것이냐? <집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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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2008년 5월 8일 본 나의 2,719번째 영화. 개인적으로 이 영화는 전쟁 영화라고 보지 않는다. 휴먼 드라마 장르에 넣고 싶다. 이 영화의 의도가 어찌되었든 전반적인 내러티브 상에 핵심은 역사적 사실이라기 보다는 휴머니즘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내 개인 취향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를 좋아해서 그런지 많은 여운이 남는 영화였다.

그 여운은 사실 요즈음 내 가치관의 변화에서도 찾을 수 있는데, 주인공 구지디 중대장의 전쟁 이후의 행동들을 집착으로 볼 것이냐 아니면 집념으로 볼 것이냐의 문제와도 같기 때문이다. 당연히 영화이기에 휴머니즘을 생각한다면 이것은 한 인간의 강한 집념이 맺은 결실로 봐야 옳다. 그리고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그것은 인간으로서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주인공 구지디가 나라고 생각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객관적인 3자의 입장에서야 집념이 맺은 결실로 봐야 하겠지만 그것이 나에게 있어서 현실이 되었을 경우에는 스스로 많은 생각을 반복하게 될 것이다. 되도 않는 일에 집착하는 것은 아닌가? 이렇게 해서 뭘 하고자 하는 것인가? 그래도 명예 회복을 위해서 이렇게 해줘야 하지 않겠는가?

인생은 끊임없는 자기 부정의 연속이라고 하는 것처럼 스스로 계속해서 자신의 행위에 대해서 반복해서 되물었을 법 하다. 적어도 나라면 그랬을 듯 하다. 요즈음의 나도 그러하듯이 말이다.


전쟁 영웅 구지디

전쟁 영웅은 전쟁에서나 빛을 발한다. 전쟁이 끝나고 난 다음에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가 않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일본을 통일하고 할 일이 없어지자 임진왜란을 벌였던 것도 매한가지다. 몸이 근질근질 했던 것이다. 전쟁을 해야 살아있음을 느끼는 그였기에... 평화의 시대에는 그에 맞는 인물이 필요한 법이라는 것은 역사 속에서도 많이 보이는 부분이다.

주인공 구지디는 전쟁 영웅이다. 중국 내전이 끝나고 나서 그가 할 것이 없어서 그런 일에 자신의 열정을 쏟아부은 것일까? 원작이 어떻건 영화 내용이 어떻건 실화를 바탕으로 했으니 실제가 어떠했을까는 생각을 해본다. 꼭 할 일이 없어서 그런 데에 시간을 쏟았다고 보지는 않지만 그도 인간인지라 그렇게 해야한다는 생각을 가지면서도 매시 매분 매초마다 그러지는 않았을 것이다.

실제가 어떻든지 간에 그래도 분명 그는 마음속에 그런 마음을 갖고 있었기에 자신의 중대 전원의 명예 회복을 가능케 한 것이라 생각한다. 단지 내가 이 얘기를 꺼낸 것은 우리가 3인칭의 관점에서 이 영화를 바라본다면 좋은 의미로 해석을 할 수 있겠지만 3인칭이 아닌 1인칭의 시점이 된다면 얘기는 많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얘기하고자 함이기 때문이다.


쓸데없는 집착?

구지디는 될 지 안 될 지도 모르는 데에 대한 또다른 전쟁을 외로이 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에서는 그것을 매우 미화시켜두었다고도 생각하는 부분이고 그것이 휴머니즘적인 요소로서 감동을 주는 부분이긴 하지만 우리가 지금 처한 현실에서 빚대어 보면 얘기는 많이 달라진다.

부조리에 대해서 고발한 내부 고발자들은 회사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고 퇴직 당한다. 다시 복귀하기 위해서 나는 잘못이 없다 외친다 해도 남들의 시선은 단지 남들의 시선일 뿐이다. 그들이 나의 가족을 먹여살려주지는 않는다.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고 시간이 갈수록 나의 의지도 꺾인다.

아닌 것에 아니라고 얘기하고 불의와 타협을 하지 말라고 배웠건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 세상의 힘의 논리에 그리고 내가 아닌 다른 이들은 역시 내가 될 수 없다는 생각에 나를 믿고 따라주는 가족들만 불쌍하다. 그러나 지금껏 해왔는데 여기서 포기할 수도 없다. 포기하고 싶다. 그러나 포기할 수도 없다.

구지디의 그 상황이 지금 우리가 사는 현실에서 바로 위와 같다. 위와 같은 사람들은 보면 우리는 어떤 생각을 하는가?

'거 참 쓸데없이 시간 낭비하고 있군.'
'왜 저러나. 그냥 타협하고 살지.'
'사서 고생이군.'

이 영화를 어떻게 받아들이냐는 것의 핵심은 여기에 있다고 나는 본다. 단순히 이것을 영화로서 볼 것이냐 아니면 한 편의 감동적인 휴먼 드라마로서 보고 말 것이냐가 아니라 나는 구지디라는 캐릭터에 흠뻑 취했던 영화였기 떄문이다. 그만큼 요즈음에는 세상과 사람들에 대한 생각이 많은 때인 듯 하다.

어차피 죽은 사람들 명예 회복을 해서 뭐하나? 그것이 단순히 자기가 그래야만 한다는 잣대가 아닌가? 물론 누군들 그게 맞다고 안 그럴까? 그러나 누구 하나 그렇게 해야한다고 자신을 희생하면서 노력하는 사람이 있는가? 우리가 사는 세상의 많은 일들을 유심히 살펴보다 보면 이 영화에서 보이는 많은 부분들과 똑같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강한 집념?

자신을 따랐던 중대원들의 명예 회복을 위해서 자신의 목숨을 걸고 노력했던 구지디 중대장. 오직 혼자만이 살아남았기에 항상 중대원들에게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인간으로서 당연히 가져야만 하는 숭고한 정신이다. 그런 집념의 결실이 맺어지게 된 것은 어찌보면 인간 승리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고 그것이 이 영화의 가장 볼 만한 요소이다.

그러나 세상은 완벽하지가 않다. 우리가 영화를 통해서 감동을 얻는 것 또한 그런 세상 속에 살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 생각한다. 뭐랄까 대리 만족이라고 할까? 누구나 다 옳은 얘기는 하지만 그것이 자신의 상황이 되었을 때는 옆에서 그냥 넌지시 얘기하는 것과는 다르다는 것을 생각해봐야 하는 것이다.

이런 얘기를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산 사람은 살아야지.'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고 산 사람은 살아야지 하는 관점이 된다면 구지디의 행동은 어찌보면 미련한 행동일 수도 있는 것이다. 명예가 밥 먹여주나? 죽은 사람에게 훈장 달아준다고 죽은 사람이 다시 돌아오나? 이러한 일련의 생각들이 지극히 현실적인 생각이고 실제적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세상을 살아갈 때는 꼭 필요한 것이 있다. 바로 뜨거운 가슴이다. 점점 살면서 눈물 없이 살아가는 우리가 아닌가 한다. 부귀나 영화보다 때로는 인간적인 눈물이 그 어떤 것보다도 가치있는 순간들이 있다. 단순히 그런 순간들을 위해서 우리가 그렇게 살아야하는 것은 아니지만 살면서 점점 감정이 메말라가고 어린 시절 순수했던 그런 감정의 눈물들이 없어짐을 느낀다.

아무리 돈을 많이 준다고 해도 지금껏 같이 고생한 사람들과의 신뢰를 저버릴 수 없어 연봉은 적지만 이 회사에서 뼈를 묻겠다던지 하는 그런 뜨거운 가슴이 현실에서도 더 나은 부귀와 영화를 가져다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이런 숭고한 정신들도 먹고 살만할 때나 가능한 것이다. 정작 자신이 어려워지고 가족들이 고생하면 그런 뜨거운 가슴보다는 차가운 머리만 남게 된다.

그래서 항상 상황에 대한 이해가 우선적으로 필요한 법이다. 이런 상황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하되 적어도 인간으로서 가져야할 기본이라면 뜨거운 가슴이라고 얘기하고 싶다. 아무 것도 아니지만 누군가는 해야겠기에 자신이 할 수 밖에 없었고 그 길이 험난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삶과 죽음을 같이 했던 그들을 생각하며 이겨나가는 구지디의 모습은 이런 의미에서 집착이 아니라 집념으로 봐야한다고 생각한다.


영화 속으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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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도입 장면이다. 집결호란 집합하라는 나팔 신호다. 이 영화에서는 이 집결호가 가장 큰 매개체 역할을 한다. 그에 따라 벌어지는 사건과 나중에 알게된 사실들로 인해 벌어지는 것들이 모두 다 집결호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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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사실적이다. 중국 대륙에서 만든 영화인데 꽤나 제작비를 들인 영화이니 만큼 특수효과도 매우 사실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위 사진은 행정관이 피폭당한 뒤에 한쪽 다리가 떨어져 나간 것을 구지디 중대장이 모자로 지압하고 있는 장면이다.


ET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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