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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비즈

신규 사업은 경영자가 아니라 중간 간부에게서

이 얘기는 로버트 버겔만 교수님이 얘기하신 것입니다. 로버트 버겔만 교수님은 현재 스탠포드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비즈니스 전략 이론의 대가로 불립니다. 여러 저서들 중에서 '경영학계의 아인슈타인'으로 불리는 하바드의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와 공저한
'기술과 혁신의 전략 경영'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님이야 제가 최근에 인터뷰 기사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에서 적은 시리즈 글을 통해서 제 블로그를 보시는 분들이라면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이 얘기는 중소기업이 아니라 대기업을 두고 얘기하는 것입니다. 사실 중소기업과 같은 경우에는 새로운 비즈니스 개발의 주체가 누구이든 간에 무방하리라 생각합니다. 중소기업에서 중견, 대기업으로 도약하는 시점에서야 생각해야할 부분들이 있겠지만(급성장에 수반되는 여러 문제들) 그 이전의 단계에서는 사실 고려할 만한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즉, 비즈니스 개발의 주체가 경영자가 되었든 중간 간부가 되었든 말단 직원이 되었든 중소기업은 규모가 작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얘기할 수 있겠습니다.

로버트 버겔만 교수님은 기술기반 기업들 중심으로 100개의 사례연구를 했는데, 그 중에서 예로 든 것이 인텔의 앤디 그로브입니다. 로버트 버겔만 교수님과 앤디 그로브는 20년 지기 친구라고 하는데, 앤디 그로브(전 인텔 CEO)의 경영 스타일에 대해서 이번에 로버트 버겔만 교수님이 얘기하신 겁니다.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적절한 비판을 할 수 있는 것은 당연히 제가 바라는 바가 아니겠습니까? ^^ 다음의 버겔만 교수님의 얘기를 정리해서 질답형식으로 정리하면서 제 견해를 곁들여서 풀어서 설명합니다.

1. 버겔만 교수님은 왜 CEO가 새로운 비즈니스를 개발하면 안 된다고 하는가?

안 되는 것이 아니라 그런 역할을 맡기 어렵다고 얘기하는데, 최고경영자는 핵심사업을 유지하는 데에 신경을 써야 하고 그러다 보면 현재의 핵심사업에서의 '잠재적 위협'(potential threats)에만 걱정을 하고, '잠재적 기회'(potential oppotunities)에 주의를 못 기울이게 된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2. 그런 구체적인 사례가 있는가?

친구인 인텔 창업자이자 전 인텔 최고경영자인 앤디 그로브의 경영철학(편집광만이 살아남는다 - only the paranoid survive)이 양날의 칼이라고 지적하면서 이러한 리더십을 갖고 있는 사람은 '잠재적 위협'에 몰두하기 쉽다고 얘기합니다. 다음은 그와 앤디 그로브의 사석에서 나눈 토론의 일부입니다.

인텔은 세계적인 네트워크 장비회사 '시스코 시스템즈'를 고작 2억 달러에 인수할 수 있는 기회를 날린 것에 대해서 물었던 질문

버겔만 : 왜 초기에 네트워킹 비즈니스에 투자하지 못했는가
앤디 : 그 일을 맡고 있던 고위 임원이 나를 설득하지 못했다.
버겔만 : 왜 그랬을까?
앤디 : '나는 매우 옳다고 생각했지만 지나고 보니까 대부분 틀렸다'는 말을 싫어한다.

결국 앤디 그로브의 얘기는 인텔의 핵심분야인 마이크로프로세서라면 몰라도 완전히 새로운 분야에서는 옳지 않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얘기합니다.

여기서 저는 이 부분을 매우 좋은 사례라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사실 사례라는 것이 어찌보면 내가 하는 얘기를 뒷받침하기 위해서 찾다보면 자신에게 맞는 사례는 항상 나오게 마련입니다.그래서 경영에는 답이 없고 획일화된 방법론이라는 것이 존재하지는 않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사례가 보편타당하고 현재의 시점에서 충분히 기존보다 더 나은 것이라면 그 사례를 참조하여 적절히 활용할 필요는 있을 것입니다.

여기서 제가 이 부분을 부각시키는 이유는 최근에 제가 쓴 Enterprise 2.0에 대한 글과도 일맥 상통하는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이 사례에서 보듯이 새로운 비즈니스 분야에서는 아무리 직관력이 뛰어난 경영자라 하더라도 미래의 일이기 때문에 그리고 그 일의 성격이 현재까지 벌여온 것과 다르기 때문에 경영자의 판단 또한 무조건 옳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예전에 블링크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이것이 뜻하는 것은 직관입니다. 근데 저는 이 책을 읽고 너무 치우쳤다고 생각했습니다. 직관은 깊은 사고와 그를 통한 오랜 경험 속에서 나오는 것이지 무턱대고 찍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결국 이러한 직관의 작용은 핵심사업(지금까지 잘 성장시켜온 사업)에 국한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신규 사업에 직관이 필요 없다는 것을 뜻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여기서의 요지는 그러한 직관이 한 사람에 의해 좌우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결국 새로운 비즈니스에서는 경영자의 입장만을 취할 수 없기 때문에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봉건주의적 요소를 타파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 구글의 사례에서도 밝혔듯이 새로운 비즈니스에서는 경영자가 판단의 주체가 되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사실 이 부분은 제 경험적으로도 공감하는 것이 실패없는 성공을 한 경우나 어린 나이에 성공을 한 경우에는 자기의 주관이 매우 강하고 그로 인해 자신의 생각이 맞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앤디 그로브의 경영철학과 비슷하게 되기 쉽다는 얘깁니다. 새로운 비즈니스에서는 한 사람의 판단이 절대적일 수는 없습니다.

제가 전략기획을 하면서 제 생각이 무조건 옳을 수 없다고 자기 부정을 반복하면서 많은 얘기를 들으려고 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아무리 경력이 짧고 직급이 낮다 하더라도 듣다보면 거기서 한 가지 아이디어가 크게 방향을 바꿀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전혀 새로운 시도와 기존과는 다른 방향에서의 전략을 찾기 위해서는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물론 제 스스로 차별화가 있다고 한다면 현존 사업들과 신규 사업을 접목시키는 고리와 그것을 위한 단계적 접근이 제 고유의 업무가 될 수 있겠지요.

마찬가지로 경영자가 하는 일이 판단의 주체가 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판단을 이끌기 위한 여건을 마련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 구도를 만드는 것이 고유의 역할이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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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규 사업은 경영자가 아니라 중간 간부에게서 I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