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잃은 것 vs 얻은 것

#0
최근의 나는 달라진 면이 있다. 이로 인해 잃은 것과 얻은 것이 있는데, 무엇이 더 나에게 득이라는 관점보다는 이 또한 하나의 과정이라 생각하기에 얻는 게 더 많은 쪽으로 가지 않겠느냐 편히 생각할 뿐이다.

#1
강하다 못해 부러질 수 밖에 없는 성격. 성격이 변하지는 않는다. 다만 나이가 드니 그냥 귀찮고, 그렇게 해봤자 뭐하나 하는 생각에 그런 성격을 부릴 때가 생기면 그냥 입 닫고 그 상황을 피하는 식으로 요령이 생겼다. 그게 더 낫더라. 나는 원래 이런 경우에 못 참는 성격이야 하는 그런 의식 자체가 어떻게 보면 내 스스로 그렇게 만든 거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고.

#2
물론 아무리 그런다 하더라도 감정이 순간 욱하는 경우(정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사람마다 누구나 그런 면은 있으니)는 있겠지만, 그게 예전 같지는 않더라. 나이가 들면 그렇게 되는 듯. 그만큼 나도 늙었다는 뜻이겠거니.

#3
그런데 최근에는 어떤 생각이 드냐면, 그로 인해 나의 강점인 추진력 그런 게 많이 약해졌다는 느낌도 든다. 나는 치열하게 살아왔는데(그게 돈이 아니라 명예를 위해서였지만 현실을 도외시한 명예는 한낱 자기 만족에 지나지 않더라. 내가 아무리 사악하게 생각한다 한들 나는 누구를 속이거나 사기를 칠 수가 없는 사람인데 적어도 세상의 기준 정도에만 맞춰도 될 걸 나는 더 앞질러서 뭔갈 하면 결국 돈은 안 되고 내 주변만 힘들어지니 그동안 치열하게 살아왔던 결과에 대한 후회를 많이 했다.) 그게 많이 죽어버린.

#4
어디를 가든 남다른 구석을 발현해냈었고, 너는 잘 될 거다. 너는 내가 인정한다. 그런 소리들을 내 스스로 은근 즐기면서 살아왔던 거 같다. 내 스스로도 그렇게 자부하면서 살았고. 그러나 결과론적인 해석이라 생각하긴 해도 나이 들어서 살아온 길을 뒤돌아보면서 뼈저리게 느끼는 건 나는 참 미련한 바보였다는 거다. 

#5
얻은 건 지켜나가고, 잃은 건 다시 되찾아야할 때인 거 같다. 한동안 뭐랄까 멘붕 상태이기도 했고, 나답지 않게 조용히 살았다. 그냥 하고 싶지 않은. 그 관성이 무료함이 되었던 거 같다. 다시 힘내야지 하는 생각을 최근에 하기도 했지만 글쎄 예전의 나는 나 스스로 그런 걸 콘트롤 했던 반면 나이 든 나는 나 스스로는 안 되는 거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너무 외로이 홀로 지내기도 했지만(예전에는 혼자 일하는 게 편했다. 독고다이.) 대화할 상대가 없다는 거 자체가 나이 든 나에게는 외로움으로 작용한 거 같다.(어렸을 때는 나는 에고가 강해 고독하다 생각했지 외롭다는 생각해본 적이 없다.)

#6
내 인생의 종착점에서 내 과거가 어떻게 되어 있을 지는 기약할 수 없지만, 적어도 나답게 살아왔다고 자부할 수 있게 지금 나답지 않은 모습들 좀 정리하고 다시 정열적으로 살아야겠다. 살도 많이 빠졌고, 몸도 많이 안 좋아졌고. 운동도 다시 하면서 몸과 마음을 가다듬고 매진해야할 듯.

#7
그래도 오래도록 나를 본 이들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지금의 나에게는 위로를 넘어 큰 힘이 된다. 예전에는 어떤 말로도 위로가 안 되고 내 스스로 극복해야만 했었고, 그런 걸 즐겼던 나였는데 지금은 뭐랄까 많이 약해졌다고 할까. 나이 들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이게 나이 먹으면 다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여튼 그냥 끄적거리고 싶었다. 주저리. 그리고 적어도 그렇게 힘을 주는 이들에게 증명해줄 수 있도록 다시 정열적으로 살아야겠다. 나답게.